지난해 말부터 한 사람에게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요즘 온 세상의 관심을 ‘듬뿍’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떤 성장 과정을 보냈고, 사업가로 활동하면서 겪은 성공과 실패에서 무엇을 내면화했는지 면밀하게 톺아보고 있다. 살면서 내면화한 정체성을 이해하면 향후 행보를 어느 정도 헤아려 볼 수 있어서다.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년 이후가 되면 대체로 여기에 맞춰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대형 부동산 개발과 카지노 사업 등으로 부자가 된 트럼프는 다양한 미디어를 잘 활용한 덕분에 50년 가까이 미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슈퍼 셀럽’이다. 참 떠들썩하게 살아온 건데, 이런 그의 삶을 훑어보는 내내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가 있었다. 머리 회전이 빠른 동물적인 사냥꾼 기질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그의 ‘사냥법’은 자연의 최고 사냥꾼인 사자나 늑대의 그것과 놀랄 만큼 비슷하다.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사자들과 북미 지역에 사는 늑대는 일면식이 없는데도 사냥 방식이 비슷하다. 움직이는 사냥감을 잡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명색이 맹수이니 사냥감 무리를 향해 무조건 ‘돌∼격’ 하는 건 우리 생각일 뿐,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사냥감들 역시 빠르게 움직이기에 헛물켜기 십상이고, 부딪혀 부상이라도 당하면 황천길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어서다.
그래서 평상시에 만만한 상대를 봐두었다가 공격하는 게 일반적인데, 마땅히 들이칠 만한 구석이 없을 때 이들이 구사하는 게 흔들기다. 사냥감 무리를 이렇게도 쫓아보고 저렇게도 압박해 본다. 권투 선수나 격투기 선수들이 불규칙 스텝을 밟으면서 잽을 날리듯 툭툭 건드려본다. 움직이면 가만히 있을 땐 보이지 않던 약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달리게 해서 움직임의 폭을 더 크게 해보면 약점은 더 뚜렷해진다. 이 과정을 예의주시하던 대장이 목표물을 점찍어 쫓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모두들 그 한 점을 향해 달려간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가연성 높은 이슈를 던져 상대의 반응을 보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트럼프의 흔들기 역시 같은 원리다. 이 오랜 특기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당해 6일(현지 시간) 사임했다. 한국도 트럼프가 벼르는 대상 중 하나라 곧 순서가 올 텐데, 우리는 트럼프를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막말하는 ‘악당’ 비슷하게만 여길 뿐,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잘 모른다. 오로지 사업하듯 정치하고 협상하는 그는 그냥 하는 법이 없다. 분명한 의도가 있다.
삶이란 참 오묘해서 사자나 늑대가 흔든다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냥감은 많지 않다. 이런 위기에 잘 대처하는 초식동물들한테는 특징이 있다. 흔들면 흔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잘’ 흔들려준다. 사자나 늑대는 공격해야 살 수 있는 운명이기에 어떻게든 밀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흔들려준다. 흔들리는 것과 흔들려주는 건 차원이 다르다. 흔들리되 중심을 잃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질서를 잃지 않는다. 민첩하고 빠른 달리기 등으로 흔들기를 극복한다.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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