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턴 합격자 96%가 임용 포기… 의사 공급 연쇄적 차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3일 2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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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총리, 병원 현장 점검…  교수들 사직은 계속 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제주 한라병원을 방문해 의료 공백 현장을 점검하다가 로비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같은 날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놓인 바구니에 한 의료진이 사직서 봉투를 넣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오후 “전공의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전공의 단체는 3일까지 만남에 응할지를 밝히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뉴스1
韓총리, 병원 현장 점검… 교수들 사직은 계속 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제주 한라병원을 방문해 의료 공백 현장을 점검하다가 로비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같은 날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놓인 바구니에 한 의료진이 사직서 봉투를 넣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오후 “전공의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전공의 단체는 3일까지 만남에 응할지를 밝히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뉴스1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사 공급에 순차적으로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인턴, 레지던트들이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신규 인턴 대상 대부분도 인턴 임용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들은 2월 전공의 집단 사직에 동조해 수련을 포기할 뜻을 밝혔었고 실제 올해 상반기 임용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매년 일정하게 배출되던 인턴 수가 급감하면 장기적인 의사 공급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인턴 시험에 합격한 3068명 중 131명(4.3%)만 인턴 임용을 신청했다. 나머지는 인턴 수련을 포기했다. 서울대병원은 인턴 정원 166명 중 6명, 세브란스병원은 151명 중 4명만이 등록했다. 부산대병원과 부산양산대병원은 각각 60명, 38명인 인턴 정원을 단 한 명도 채우지 못했다.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로 이어지는 의사 양성 과정에서 인턴부터 수급이 막히면 레지던트, 전문의, 교수까지 차례대로 부족해진다. 내년부터 당장 레지던트 구인난이 벌어질 것이다. 더욱이 ‘동맹 휴학’ 중인 의대생이 무더기 유급된다면 내년 인턴 배출도 중단된다. 인턴 수련 병원은 주로 필수·중증 의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상급병원들이란 점에서 ‘인턴-레지던트 구인난’은 고스란히 환자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다.

현재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3명이 “전공의 수련을 할 의사가 없다”고 한 것도 걱정스럽다. 고된 수련을 견디며 필수·중증 의료를 지탱하던 전공의들이 아예 전문의 되기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의료계에선 앞으로 의사 공백이 최소 4, 5년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내년에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 해도 의대 졸업생이 배출되는 건 그로부터 6년 뒤다. 서둘러 이번 사태를 수습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의사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지 않아도 의사가 부족한 필수·지역 의료는 재난과도 다름없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2000명을 고수하다 대화를 실기한 정부나,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병원을 떠난 의사들은 이를 어떻게 책임지려는 것인가.
#의료 공백 사태#인턴 임용#임용 포기#의사 공급#연쇄적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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