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율전공으로 입학한 학생이 3학년 때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다가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언론 보도 반나절 만에 “전혀 검토되지 않았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했고, 불필요한 언급으로 혼란을 야기한 교육부를 대통령이 질책했다는 내용까지 공개했다. 교육부 장관이 설익은 아이디어를 툭 던지고 대통령실이 즉각 부인하는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이 장관이 추진하는 자율전공제는 대학 신입생 30%를 무(無)전공으로 뽑은 뒤 3학년 때 전공을 정하도록 해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자는 것이다. 하지만 자율전공 학생의 의대 진학을 허용하면 의대에 가지 못한 학생들이 자율전공을 선택한 뒤 의대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으려고 할 것이다. 자율전공 학생들이 의대 경쟁에 몰두하면서 사실상 ‘의대 편입 학부’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이유다. 또 처음부터 의대를 간 학생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상위권 대학의 좋은 과에 다니는 대학생들도 의대에 가기 위해 반수, 재수는 물론이고 N수까지 서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의대 입시와 관련된 내용은 당연히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 장관이 아이디어에 불과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의대가 6년으로 규정된 현행법상 다른 학부에서 옮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 대학이 최근 자율전공 학생의 의대 진학 허용을 검토하다가 이 때문에 백지화했다. 교육부 장관이 문제점과 현실 가능성 등을 따지고 대학과 긴밀히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 정책을 내놓아도 시원찮을 판에 섣부른 발언으로 교육계의 혼란만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 장관이 그동안 준비 안 된 정책이나 관련 언급을 내놓았다가 불신을 부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육전문대학원은 교육계 대다수가 반대하는데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가 결국 넉 달 만에 철회했다. 2025년 실시될 고교학점제도 연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가 취소했다. 교육부 수장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곧 정책의 기조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신중하고 절제돼야 한다. 이 장관이 이런 류의 비슷한 실수를 반복한다면 다른 교육 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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