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학의 출금 사실상 무죄… 꼬여버린 사건의 처음과 끝은 檢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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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고검장 출신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재수사를 피해 출국을 시도할 때 과거 무혐의 처분을 받은 다른 사건번호를 넣어 출금 요청서를 제출했던 당시 이규원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가 어제 1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유죄이긴 하지만 가장 경미한 유죄 판결이다. 이 검사에게 출국을 막도록 주문한 이광철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국 금지를 사후 승인한 차규근 당시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나중에 불법 출금 수사를 막은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무죄 선고를 받았다.

검찰이 가짜 공문서를 만들어 공권력을 행사한 것은 엄벌해야 할 국가 범죄다. 이런 범죄를 목적에 따라 봐주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공권력이 인권을 말살할 정도로 남용될 수 있다. 법원이 재수사가 기정사실화된 피의자의 도피를 막은 건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보고 가짜 공문서만을 문제 삼아 일선 검사에게만 무죄나 다름없는 유죄 판결을 내리고 검찰 책임자와 청와대 법무부는 빠져나가도록 한 것은 엄정한 법 적용이라고 할 수 없다.

김 전 차관 사건은 검찰이 한 번은 제 식구라고 부당하게 봐주고 한 번은 정권 입맛에 맞게 부당한 방법으로 출금하면서 벌어졌다. 첫 수사는 2013년 그가 한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성 접대를 받은 동영상을 경찰이 입수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계속 반려하면서 수사를 방해했다. 사건이 송치된 뒤에는 2차례나 무혐의 처분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재수사가 시작됐고 재수사 기미를 눈치챈 김 전 차관이 출국하려다가 실패하고 결국 기소됐다. 그러나 기소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버려 법원이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임을 확인했음에도 유무죄 판단 자체를 내릴 수 없었다.

최초 수사의 결과도, 재수사의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김 전 차관을 부당하게 봐준 검찰이 처벌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부당한 방법으로 출금한 검찰도 받으나 마나 한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모든 과정이 꼬여버렸고 그 처음과 끝에는 검찰이 있다. 김 전 차관 사건 처리 과정은 검찰 역사의 가장 수치스러운 장면 중 하나로 기록돼야 할 것이다.
#김학의#사실상 무죄#꼬여버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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