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9일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내놓은 지 2주가 지났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는 말 그대로 재건축 사업에서 초과이익(재건축 시세차익에서 정상 집값 상승분과 개발비를 뺀 금액)이 나면 그에 대해 최고 50%까지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번 합리화 방안에서 국토교통부는 기존에 3000만 원이었던 부담금 면제 기준을 초과이익 1억 원까지로 완화하고, 부과율 구간도 확대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된 전국 재건축 단지 84곳 중 38곳은 부담금을 면제받는다고 한다.
재건축 자체는 조합원들의 사유재산을 바탕으로 하지만, 공공도 분명 지분이 있다. 재건축을 하면 그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그만큼 도로나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에 부담이 커진다. 늘어난 인구를 소화할 수 있도록 주변을 정비하는 것은 정부나 지자체의 몫이다. 애초에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올라 사업성이 좋아진 배경에는 공공이 주변 환경을 꾸준히 개선한 점도 있다. 재건축 단지 용적률을 높여주면 그에 비례해 공공임대 등 기부채납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건축 부담금 역시 이런 맥락에서 충분히 부과할 수 있다.
그런데도 재건축 조합들이 재초환에 반발하는 것은 현재 재초환이 징벌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의 주체인 조합이 설립되기도 전인 추진위원회 시점부터 시세차익을 계산한다든가, 양도소득세에도 있는 장기 보유자나 1주택자에 대한 혜택이 없다는 점이 그렇다. 거둔 부담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건지도 명확하지 않다. ‘일단 재건축을 어렵게 해 고가 재건축 단지의 가격을 낮춰 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이번 완화안으로 이 같은 징벌적 요소는 많이 해소될 수 있다. 반드시 필요했던 장기 보유 1주택자 감면이나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납부 유예 조치 등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시세차익 산정 개시 시점도 조합 설립 시점으로 늦춰졌다. 문제는 언제 완화안이 실행되느냐다. 아직 완화안을 담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발의되지도 못한 상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사실상 재초환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지난 몇 년간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데는 금융위기 이후 시장 침체기에 도심 신규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배경이 있다. 뉴타운 사업 등이 잇달아 취소되며 잠재돼 있던 주택 수요를 받아줄 신규 물량이 달리자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올랐고, 오래된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경기가 침체되며 민간 주택 공급이 위축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장 상황이 바뀐 만큼 개발이익은 적절히 환수하되, 재건축 사업이 추진돼 민간 공급이 꾸준히 나오도록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제도 변화가 시장을 따라잡지 못해 집값이 요동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봐왔다.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가 빠르게 진척돼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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