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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신진우]30% 덫에 빠진 대통령…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입력 2022-10-07 03:00업데이트 2022-10-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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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우 정치부 차장
최근 만난 고위 당국자의 한숨이 기억에 남는다. 인기 없는 지도자는 글로벌 무대에서 저평가 받게 마련, 충분한 존중을 받지 못한다. 결국 민감한 수싸움이 고차방정식으로 쉴 새 없이 전개되는 외교 전장에서 국내에서 고전하는 리더는 밖에서도 힘들다. 그래서 리더의 지지율이 국익과 직결될 수 있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우리 대통령은 어떨까.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효과’를 외교 전장에서 누리고 있을까. 취임 11일 만에 초고속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당시만 해도 한 당국자는 이렇게 귀띔했다. 문재인 정부가 무너뜨린 외교의 틀을 세우는 작업이 ‘우리’ 대통령 지지율을 든든하게 받쳐줄 거라고. 그는 자신만만했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상대하는 윤 대통령의 표정은 더 자신감이 넘쳤다. 넉 달 만인 지난달 다시 만난 이 당국자가 대통령을 바라보는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대통령의 아쉬운 행보를 쭉 열거하던 그의 답답함은 30%대 지지율로 종결됐다. “물가, 금리, (원-달러) 환율까지 미친 듯 오르는데 지지율만 안 오른다. 미치겠다.”

문제는 도무지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대통령의 지지율 여파가 외교 전장에도 스며들고 있다는 데 있다. 다자든 양자든 정상회담에 앞서 상대국들은 꼼꼼하게 우리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상황, 입지 등까지 체크한다. 대통령 개인의 위상은 회담 결과를 흔들 수 있는, 무시 못 할 변수란 게 외교가에선 정설이다. 지지율 30% 덫에 빠진 윤 대통령 입지를 사전 체크하고 등장한 외국 정상들은 상대적으로 힘을 빼고 마주 앉을지 모른다.

위기에 빠진 지지율은 정상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문제다. 지지율로 고민하는 지도자일수록 지지층을 의식해 대승적 판단을 내리지 못할 때가 많다. 크고 작은 외교 실책을 저지를 가능성도 크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흔쾌히 합의했다”면서 섣불리 일정을 발표해 일본과 불필요한 외교 마찰을 낳고, 뉴욕 방문 기간 윤 대통령이 비속어 논란 등에 휩싸인 것도 결국 낮은 지지율을 외교 성과로 만회하려는 초조함이 부른 판단 미스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는 외부 상황까지 뼈아프다. 30%대 지지율에 초조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 반등을 위한 회심의 카드로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꺼내들었다. 덕분에 북미산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발효됐고, 그 직격탄을 한국이 맞았다. 일본은 출범 1년을 맞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바닥 지지율을 찍으면서 강성 우익 지지층의 눈치를 더욱 살피는 분위기다. 그렇다 보니 강제징용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다룰 때 우리 얘기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어 보인다.

대선 승리의 컨벤션 효과를 채 누리기도 전에 지지율 고심에 빠진 윤 대통령 입장에선 욕심이 날지 모른다. 외교 무대에서라도 과실을 따고 싶다고, 하지만 욕심은 눈을 가리고, 성급함은 참사를 부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기본은 ‘외교 초보’ 윤 대통령이 지금 가장 새겨야 할 말일지 모른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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