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의 사談진談]용산 시대, 달라진 대통령 사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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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홍진환 사진부 차장
홍진환 사진부 차장
대통령의 출근길을 국민들이 매일 아침 볼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파격이다. 대통령이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장면은 민주화 이후에도 없었던 일이다. 그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대통령의 발언이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긍정적인 기대를 보냈다.

누구보다 근거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취재하는 사진기자들의 평가도 비슷했다.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용산 청사로 출근하는 대통령을 매일 마주하게 됐다. 청와대에 이어 대통령실을 취재하고 있는 사진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윤 대통령의 행보는 분명 진일보했다. 특히 권력기관에 의해 통제되던 국가원수의 이미지가 날것 그대로 매일 아침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이미지의 민주화다’라는 의견이 꽤 많다.

실제로 청와대 시절에는 공식 일정이 없는 날, 대통령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들이 춘추관에서 청와대 본관으로 가려면 반드시 지정된 차량에 탑승해야 하고 2중, 3중의 보안검색을 거쳐야 했다. 언론 공개 행사 외에는 청와대 안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는 구조다. ‘구중궁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출입기자들 사이에는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사진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취재 환경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시절 대통령 사진은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 강했다.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에는 사진과 영상 촬영을 위한 최적의 조명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진의 배경이 되는 건물도 일정한 격식과 상징적 요소를 갖췄다. 건물의 실내 공간도 넓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기자들은 주로 망원렌즈를 사용했다. 그렇다 보니 사진 속 인물이 반듯하고 또렷하게 부각됐다.

반면 용산 대통령실은 기존 국방부 건물을 고쳐서 사용한 탓에 청와대와 같은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렵다. 도어스테핑을 하는 현관 천장에는 아직까지도 관공서에서 쓰고 있는 일반 전구가 달려 있다. 대통령의 뒤편에 비치는 대형 유리 현관문은 주의를 분산시킨다. 더군다나 건물 외벽과 바닥은 번들거리는 회색빛 석재로 마감되어서 공간이 주는 중후함과는 거리가 있다. 대통령실을 상징하는 심벌이나 이미지 장치도 찾아보기 힘들다. 수석·비서관회의 등이 열리는 청사 회의실도 마찬가지다. 실내조명이 어두워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비좁은 업무 공간에서 촬영하다 보니 광각렌즈 사용이 빈번해졌다. 결과적으로 사진이 산만해지고 인물에 대한 광학적 왜곡 현상도 심해졌다.

이렇다 보니 용산 대통령실에서 찍은 사진은 왠지 거칠고 어수선한 이미지가 나타난다. 문제는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대통령실을 접하는 국민들이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다 돼 가는데 여전히 정돈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이미지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전속 사진’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속 사진가는 국가수반의 공적인 영역은 물론이고 사적인 영역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하지만 비공식 행사는 차치하더라도 대통령실 공식 행사에서 전속 사진가의 독점 촬영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만큼 사진기자의 취재 기회가 제한되고 국민의 알권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이미지는 그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이미지에는 철학적 고민과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면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은 이미지의 생산 과정에서도 적용된다. 대통령의 이미지에도 적절한 형식을 갖추고 그 안에 내용물을 채워야 한다. 그 형식에는 국격을 보여주는 공간적 고려와 이미지 장치가 보완되어야 한다. 전 정부는 형식적 부분을 과도하게 강조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반작용으로 형식을 무시하고 내용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또 다른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홍진환 사진부 차장 jean@donga.com
#대통령 출근길#용산 시대#달라진 대통령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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