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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행안부-경찰 분리가 시대적 흐름[기고/김선택]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22-06-29 03:00업데이트 2022-06-29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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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사적으로 경찰 제도 논의의 핵심 화두는 ‘경찰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어떻게 제한하는가’였다. 1960년 4·19혁명 이후에는 관권 선거에 동원된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가 핵심 과제였다. 헌법에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필요한 기구를 정부조직법에 두도록 명시했고, 이를 반영한 경찰법 제정도 추진했다. 하지만 5·16군사정변으로 헌법의 해당 조문은 삭제됐고 입법 시도도 무산됐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가 다시 과제로 떠올랐다. 1991년 경찰청을 내무부에서 외청으로 분리하고 경찰위원회를 도입하는 내용 등을 담은 경찰법이 제정됐지만, 이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다. 당시 야 3당은 경찰위원회를 대통령·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두고 집행 기관으로 경찰청을 두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3당 합당’으로 불발됐기 때문이다. 2016년 촛불집회 이후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승격시키는 방안을 권고했지만 2020년 개정 경찰법에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진전될 때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를 열망했다. 행정안전부로부터 경찰을 분리하기 위해 시민으로 구성된 경찰위원회가 경찰 사무 관리 주체가 되고, 집행 기능은 경찰청이 담당하는 시스템이 시대적 흐름이었다.

최근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제도개선위)가 행안부 내 이른바 ‘경찰국’을 설치하고, 행안부령으로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인사·징계·감찰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방안도 권고안에 포함됐다. 이는 그간 경찰 제도가 발전해온 역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내용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국정 운영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먼저 제도개선위 위원들은 한 달간 4차례 만난 뒤 권고안을 냈다. 의견 수렴과 숙의가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 권고안에는 정부조직법 경찰법 경찰공무원법 관련 규정을 행안부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해석한 부분도 많다. 현행법상 치안 사무는 경찰위원회와 경찰청이 처리하고 행안부는 치안 사무를 제외한 일반 정책에 관여하도록 돼 있는데, 이 역시 간과됐다.

법 개정 없이 권고안 내용을 그대로 집행한다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 행안부령 제정으로 권고안을 시행하는 건 상위 법령을 위반한 하위 법령으로 효력을 가질 수 없다. 경찰 사무 관련 부령 제정은 국가경찰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위원회가 협조할지도 의문이다. 행안부 장관이 재의를 요구하더라도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행법 정신과 구조를 무시한 경찰국 설치가 새 정부에 절박한 과제인지 묻고 싶다. 그동안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행안부의 간섭을 축소해온 노력들은 민주화와 결부된 것이었다. 이와 정반대인 정책 방향의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현명하다면 여기서 멈춰야 한다. 국민들이 수용할 만한 적정한 논의의 틀을 갖춘 뒤 다시 논의해야 한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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