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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분홍강[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5〉

나민애 문학평론가
입력 2022-04-30 03:00업데이트 2022-04-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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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쓸쓸한 날 분홍강 가에 나가
울었지요, 내 눈물 쪽으로 오는 눈물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사월, 푸른 풀 돋아나는 강 가에
고기떼 햇빛 속에 모일 때
나는 불렀지요, 사라진 모든 뒷모습들의
이름들을.

당신은 따뜻했지요.
한때 우리는 함께 이곳에 있었고
분홍강 가에 서나 앉으나 누워있을 때나
웃음은 웃음과 만나거나
눈물은 눈물끼리 모였었지요.

지금은 바람 불고 찬 서리 내리는데
분홍강 먼 곳을 떨어져 흐르고
내 창 가에서 떨며 회색으로 저물 때
우리들 모든 모닥불과 하나님들은
다 어디 갔나요?
천의 강물 소리 일깨워
분홍강 그 위에 겹쳐 흐르던.

-이하석(1948~)


강은 바다와 다르다. 같은 물이래도 바다는 보다 원초적인 자연이다. 그에 비해 사람 가까이에 사는 강은 사람을 많이 닮았다. 강은 사람의 인생처럼 굽이져있다. 어느 때는 마르기도 하고 엉엉 울면서 범람하기도 한다. 마치 커다란 사람, 오래된 사람 같다. 그래서인지 한국 시에는 강이 많이도 나온다. 금강, 한강, 낙동강, 섬진강, 새벽 강, 저문 강 등 우리는 시가 담아낸 강을 숱하게 떠올릴 수 있다.

시가 강을 사랑하는 이유는 거기서 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씻을까. 우리는 강가에 가서 삽을 씻고 울분을 씻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눈물을 씻는다. 눈물 씻으러 찾아가는 강. 그런 사람을 기다리는 강. 여기에도 그런 ‘분홍강’이 있다.

4월의 어느 날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슬픈 날이었다. 시인은 그 눈물을 씻으러 분홍강으로 갔다. 피눈물이 흘러 분홍강인지, 꽃비가 내려 분홍강인지 알 수 없으나 이 강은 사랑과 슬픔이 뒤범벅되어 흐르는 강이다. 그곳에서 시인은 울고 웃는다. 생각해보니 실제로 4월은 유독 아름다운 달이고 또 유독 슬픈 일이 많기도 한 달이었다. 분홍강은 비단 시 속에만 있지 않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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