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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송평인]‘샤이 이재명’

입력 2022-03-11 03:00업데이트 2022-03-1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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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우리나라 여론조사에서는 ‘샤이 보수’보다는 ‘샤이 진보’가 조사를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20대 총선(2016년)에서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나뉘어 여당이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압승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결과는 크게 빗나갔다. 민주당(123석)이 새누리당(122석)에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이듬해 19대 대선(2017년)은 탄핵 직후의 선거로 ‘샤이 진보’가 있을 이유가 없었다. 5년 뒤인 이번 대선에서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실시돼 본투표 직후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적게는 3.1%포인트, 많게는 7.6%포인트까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투표 결과는 0.73%포인트 차의 신승(辛勝)이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며칠 동안 윤 후보에 대한 여론을 불리한 쪽으로 크게 바꿀 만한 사건이 없었기 때문에 ‘샤이 진보’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대선이나 총선 국면에서 수백 번의 여론조사가 이뤄진다. 전국 단위에서 몇몇 후보를 대상으로 하는 대선 여론조사는 많은 지역구의 많은 후보를 대상으로 하는 총선 여론조사보다 정확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 여론조사는 그렇지 못했다. 공표금지 기간 직전 실시된 17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막판 단일화 전 안철수 후보가 포함된 대결임에도 15개에서 이 후보를 앞섰고 그중 4개에서는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20대 총선에서 여론조사의 부정확성이 쟁점이 된 후 21대 총선(2020년)부터는 휴대전화 안심번호의 이용이 가능해졌다. 그 때문에 21대 총선 여론조사는 20대 총선보다 정확해졌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과연 그런지는 더 검토가 필요하다. 당시 여론조사는 어느 지역구에서는 더 정확했고 어느 지역구에서는 더 부정확했다. 전국 단위의 몇몇 후보에게 조사가 집중되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그 정확성이 다시 입증돼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여론조사는 현대 정치 활동의 기초 자료다.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치 토론이 이뤄지고 정부와 정당은 그 결과에 맞춰 정책을 수정하기도 한다. 안심번호가 이용 가능해져 휴대전화 등장 이후 발생한 샘플링의 난점은 어느 정도 극복됐다. 다만 응답을 거부하는 샤이한 유권자가 있으면 샘플링을 잘해도 체계적인 왜곡이 발생한다. 샤이한 유권자의 응답을 끌어내려면 조사비를 많이 쓰는 수밖에 없다. 싸구려로 막 하는 여론조사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다. 여론조사의 질을 높일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민심(民心)의 방향을 잘못 읽는 후진적 정치 활동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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