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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파업하지 않습니다”

입력 2022-01-19 00:00업데이트 2022-01-1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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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파업 안해요” 서울에서 운행 중인 한 택배차량에 노조 파업과 태업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인쇄물이 부착돼 있다. 비노조 택배 연합회에 따르면 18일 현재 파업 반대 메시지를 내건 차량은 사진과 같은 대형 인쇄물을 붙인 250여 대를 포함해 600여 대에 이른다. 비노조 택배 연합회 제공
지난해 말 CJ대한통운에서 시작된 파업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비노조 택배기사들이 파업에 반대하고 나섰다. 비노조택배연합회 소속 기사들은 최근 ‘파업하지 않습니다’, ‘고객님과 함께 가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인쇄물을 차량에 붙이고 운행하거나 ‘비노조원’ 표시가 찍힌 마스크를 제작해 나눠 쓰고 있다. 일요일인 23일에는 비노조원들만의 집회도 열 예정이다.

강성 노조가 노동운동을 이끌어온 점을 감안하면 비노조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과거 보기 힘들었던 이례적 현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주도하는 강경 투쟁에 대한 반작용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자발적, 탈(脫)이념적 노동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비노조 기사들이 파업에 반대하는 것은 3주 이상 지속된 파업 여파로 비노조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택배기사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노조가 쌓아둔 택배 물품을 비노조원이 대신 처리하려다가 다투는 영상이 올라와 파장이 일었다. 비노조원들은 “파업 때문에 거래처 날아가고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번 파업은 지난해 6월 노사가 맺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불씨가 됐다. 당시 결정한 택배요금 인상분 배분을 놓고 회사 측과 노조 간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이다. 택배기사들이 받는 수수료는 급지와 대리점과 기사 간 계약내용 등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일률적으로 나누기 어렵다. 더욱이 대리점과 계약하는 택배기사는 택배사와 직접적인 고용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협상 주체를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택배사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장기 파업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택배이용횟수는 2020년 기준 65회로 10년 전(25회)의 2.6배로 급증했다. 배달 수요가 늘어나는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소비자 불편은 더 커질 것이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파는 자영업자들은 쌓여가는 반송 택배에 한숨만 내쉬고, 거래처가 줄어든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노조는 소비자를 볼모로 한 파업을 당장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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