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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전기차, 안전에 성패 달려”… 업계, 화재방지 4중 장치 등 총력[인사이드&인사이트]

입력 2021-11-29 03:00업데이트 2021-11-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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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안전이 핵심과제
서형석 산업1부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21만1677대다. 국내에 등록된 모든 자동차 2481만637대의 0.85%로 아직 ‘대중화’라 여기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신규 등록 대수만 보면 전기차 보급 속도는 빠르다.

신규 등록 통계를 분석하는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집계 결과 10월 새로 등록된 신차 12만2519대 중 전기차는 1만860대로 8.9%였다. 조금만 더 늘어난다면 신차 10대 중 1대가 전기차로 채워지는 것이다. 각종 세금과 연료비 등 저렴한 유지비, 친환경에 기여한다는 자부심, 내연기관차 못지않은 성능과 디자인이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연이은 전기차 화재와 리콜 소식은 소비자의 전기차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다. 전기차가 완벽한 대세로 자리 잡으려면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해결과제인 이유다.》

○ 증가하는 전기차 화재… 안전 확보 위한 업계 고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대신하려면 1회 충전 시 내연기관차 못지않은 주행거리를 지녀야 한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며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고 있다. 이를 위해 배터리의 에너지양을 좌우하는 소재 ‘양극재’ 중 충전용량을 결정짓는 ‘니켈’의 함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2014년 60% 정도였던 양극재 중 니켈 비율은 2018년 80%를 넘었으며 현재는 90% 정도다. 이 기간 전기차의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300km에서 500km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늘었다. 2025년 이후에는 니켈 함량 94% 수준의 양극재가 널리 쓰일 전망이다.

하지만 에너지 밀도를 마냥 높이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런 대책 없이 니켈 함량만 높이면 배터리에 가해지는 열이 높아져 폭발 위험이 커진다. 홍정진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연구소 기술전략담당(상무)은 “배터리 업체들이 10여 년간 밀도를 높이는 경쟁을 해오며 (1회 충전 시) 전기차 주행 거리가 상용성을 갖추게 됐다”며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응축된 에너지로부터의 리스크(위험) 또한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국립소방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2018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에서만 전기차 화재가 17건 있었고, 연도별로는 2019년 3건, 지난해 7건에 이어 올해 1∼7월 5건 등 매년 늘고 있다. 비율로 따지면 국내 전기차 중 화재가 난 건 0.0028%에 그친다. 일반 내연기관차의 화재 비율 0.01%에 비하면 낮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에 정부와 업계가 사활을 거는 가운데 전기차에서 불이 치솟는 모습은 소비자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다.

전기차의 화재 원인으로는 배터리 불량뿐 아니라 주행 및 충전 상태 등 여러 요인이 꼽힌다. 온도도 주요 요인이다.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대응기술연구실 공업연구사는 “전기차 화재는 차량 보급이 많은 수도권, 제주에서의 각각 2건, 1건보다 대구에서 5건으로 많았고, 전기차 화재의 64%가 여름에 집중된 걸 볼 때 ‘온도’가 전기차 화재에 가장 큰 요인인 걸로 본다”고 분석했다. 제주의 경우 시속 100km 이상 고속 주행과 장거리 운행 환경이 없고, 수도권 또한 통근용 근거리 이동에 많이 쓰이기 때문에 배터리가 받는 부담이 덜한 걸로 평가됐다.

○ 전기차 안전 위한 車 업계 기술 개발

현대자동차가 2035년 유럽을 시작으로 2040년 국내에서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중지할 방침을 내놓는 등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에 다 걸기 하고 있다. 더 안전하고 오래 달리는 전기차를 만드는 기술적 과제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전기차 신차 구매자 729명에게 ‘구입 전 우려 요소’를 물었더니 주행거리, 충전시간, 배터리 내구성이 1∼3위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올해 처음 선보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뼈대) ‘E-GMP’에 4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안전한 배터리를 확보하고, 그 배터리를 보호하며, 소프트웨어(SW)로 이상 여부를 감지해 전원을 차단하는 것이다. 박진호 현대차 배터리개발실장(상무)은 “전기차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배터리 용량을 높이는 게 과제”라며 “배터리의 출력과 냉각, 열 발생을 관리하는 것부터 배터리로부터 전원을 받는 차량 내 장치들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해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7, 8월 전기차 ‘볼트’ 14만 대의 배터리 리콜을 결정한 제너럴모터스(GM)는 리콜 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저마다 다른 배터리 충전 및 방전 습관이 배터리 문제 발생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파악하고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동석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차량안전·설계검증통합본부장(전무)은 “그동안 전기차 개발에서의 안전은 차량 충돌 시 (배터리 등 전력계통에) 불거질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데 집중했다”며 “정작 세계적인 전기차 화재는 충·방전 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전기차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동차 정기검사에 전기차 특성에 걸맞은 검사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관련 검사 체계 마련을 위한 기반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위은환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기술서기관은 “기존 자동차 안전검사는 외적인 면에 중점을 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배터리의 과충전을 막는 것과 같은 내적인 부분들까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 형성되는 시장 특성상 연구개발(R&D)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민간에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배터리셀에 쓰이는 가연성 전해액을 불에 타지 않는 전고체 전해질로 바꿔 화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게 필요하지만, 이러한 ‘전고체 배터리’는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개발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배터리에 필요한 안전한 소재를 확보하고, 설계, 개발, 차량 검증까지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가 지속적인 협력과 투자를 벌여야 하는 이유다.

박 실장은 “배터리 시스템의 안전설계 수준에 따라 보조금, 세제혜택을 부여한다면 안전설계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며 “전고체 배터리 개발비, 투자비에 따른 가격 상승 요인을 보조금으로 해결하면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저가 배터리의 차량 탑재 또한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석 산업1부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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