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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손효림]신춘문예 도전하는 이들, 간절함 담은 글쓰기 응원

입력 2021-11-29 03:00업데이트 2021-11-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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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 문화부 차장
“제 원고가 잘 접수됐는지 확인해주실 수 있나요? 단편소설 부문에 응모했고 제 이름은 ○○○입니다.”

신춘문예 접수 마감일이 다가오면 문화부에는 이런 전화가 이어진다. 신춘문예 원고는 우편 접수가 원칙이고 마감 당일 우편 소인이 찍힌 응모작까지 유효하다. 마감일이 임박해서 원고를 부친 이들이 원고가 제대로 도착했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문의하는 것이다.

“글을 계속 고치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이 정도로 늦어질 줄은 몰랐는데…. 아, 좀 더 서둘러야 했어요. 제 원고, 받으신 거 맞죠?”

원고가 늦어진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간혹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누르며 접수 확인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들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원고를 붙잡고 씨름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기자도 글쓰기를 업으로 하고 있지만, 이들의 전화는 글쓰기의 의미에 대한 커다란 물음표처럼 다가온다.

기자는 글, 특히 문학 작품을 쓰는 이들을 만나면 그 이유를 물어본다. 작가를 꿈꾸며 소설을 쓰는 30대 남성은 “가슴속에서 이야기가 꿈틀거린다. 이를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든다”고 말했다. 60대 사업가는 “밤에 홀로 앉아 시를 쓰면 마음이 정화되고 큰 위로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판결문에 시, 아포리즘 등을 종종 인용하는 박주영 판사(53)는 최근 출간한 에세이 ‘법정의 얼굴들’에서 “마음을 움직여야 피고인이 진정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며, 피해자가 위안받고 치유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표현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감성적 언어나 비유가 더 적절하며 이해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미처 몰랐던 자신의 내면은 물론 타인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스스로와 다른 이를 보듬을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문학이 가진 힘이 아닐까.

동아일보가 1925년 국내 최초로 신춘문예를 시작한 후 수많은 이들이 투고했다. 1995년 중편소설 부문에 ‘이중주’로 당선된 은희경 작가(62)는 신춘문예에 대해 “아무 인맥도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은 작가는 ‘사막의 달’을 쓴 전경린 작가(59)와 공동으로 당선됐다. 1985년 시 ‘안개’로 당선된 기형도 시인(1960∼1989)은 당선 인터뷰에서 “어둡고 길었던 습작 시절이 한꺼번에 내 의식 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기쁨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모든 사물들이 무겁게 보인다”고 했다. 시인 특유의 허무주의적 색채가 녹아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좀처럼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의 열쇠를 쥐여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2022년도 신춘문예 원고 마감일(12월 1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막바지에 원고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의 용기에, 간절함을 담아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노고에 온 힘을 다해 박수를 보낸다.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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