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유영]패닉바잉 돌이켜보면 주택정책 해법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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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산업2부 차장
김유영 산업2부 차장
최근 집값 상승이 주춤해지고 아파트 거래가 뜸해졌지만 젊은층 매수 비중은 여전히 높다. 주택 구매 주력 계층이 중장년층에서 청년층으로 이례적으로 넘어왔다. 젊을 때 전세 살면서 월급을 모아 자녀가 크면 집을 사는 ‘K-내 집 마련’ 공식이 깨졌다.

과거에는 적정한 준비만 되면 언제든 집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집이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무리해서 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주택 공급이 급감한 데다 겹겹의 규제로 집값이 급등하자 젊은이들이 “가만히 있다가 영영 집을 못 산다”는 불안감에 주택을 매수한 게 ‘패닉바잉’으로 불리게 됐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최근 주택을 매입한 젊은층을 심층 인터뷰하면서 이들의 생각을 날것으로 접할 수 있었다.

이번에 집 산 젊은이들은 내 집 마련 막차에 올라탔다며 안도했다. 집값이 워낙 높아진 데다 대출 규제가 강해지며 집 사는 길이 막혔다는 이유다. 이들은 자신이 산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는 걸 보면서 집 사길 잘했다고 여겼고 주거 불안이 없어진 건 물론 삶에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월 100만∼200만 원 이자를 내기도 했지만 ‘금리가 더 올라도 집 없는 것보다 낫다. 감내하겠다’고 했다.

반면 패닉바잉 행렬에 합류 못 한 이들의 박탈감은 더 커졌다. 주택 마련은 어느새 결혼 선결 조건이 되어 소개팅에서 ‘서울 자가 보유’가 스펙으로 통하는 지경이 됐다. 2, 3년 전으로 돌아가면 사채를 쓰더라도 최대한 집을 많이 사두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한 30대는 “내년에 첫아이가 태어나는데 이곳에서 잘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들은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인식차가 극명했고 향후 삶의 격차도 그 차이만큼이나 벌어질 수 있다고 여겼다.

흥미로운 점은 대다수가 ‘경기 아파트’도 ‘서울 빌라’도 아닌 ‘서울 아파트’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에서도 생활권을 벗어나는 곳은 안 사겠다는 등 ‘가상의 북방한계선’을 그려 놓는 경우도 있었다. 수도권 외곽에 보금자리를 꾸리고 가장이 콩나물 버스를 한 시간 이상 타고 출퇴근하며 희생하는 건 부모님 시대에 끝난 것이다. 수도권광역철도(GTX)를 깔아도 결국엔 지하철로 갈아타야 하는 신도시는 이들에게 무용했다. 신도시 분양 물량이 풀려도 청약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꽤 있었다. 정부가 3기 신도시와 사전 청약으로 공급을 늘리고 공급 시기도 앞당기겠다지만 젊은 실수요자 인식과 동떨어진 이유다.

결국 서울 도심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당연한 해법으로 귀결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공공 주도 개발을 추진하지만 지지부진하다. 그동안 옥죄어 왔던 재건축 재개발이 ‘질서 있는 정상화’를 향해 가야 한다. 주변 집값을 자극하지 않게 장기적 안목에서 큰 그림을 그려놓고 실제 사업이 진행되게끔 해줘야 한다. 부동산시장은 내년 대선을 최대 변수로 꼽는다.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공약에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젊은층이 패닉바잉 했던 마음과 패닉바잉 못 했던 마음을 읽는 사람이 유권자 마음을 살 수 있다. ‘열심히 일하면 나도 집 살 수 있다’는 당연한 믿음을 젊은이들에게 다시 심어주고 이를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김유영 산업2부 차장 abc@donga.com


#패닉바잉#주택정책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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