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듣도 보도 못한 ‘공약 표절’ 공방, 野 대선주자 이런 수준인가

동아일보 입력 2021-09-25 00:00수정 2021-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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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후보 2차 경선토론회가 그제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선 뜬금없는 공약 표절 공방이 벌어졌다. 홍준표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청년 원가주택’ 공약에 대해 “(다른 주자들의 공약을) 짬뽕을 해 놨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군 복무자 주택청약 5점 가점’ 공약에 대해 “제 공약과 숫자까지 같고 토씨까지 같다”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자신의 코로나 회생 공약을 고스란히 갖다 썼다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카피 닌자’라는 별명이 붙은 걸 아느냐”고 쏘아붙였다.

윤 전 총장은 ‘공약 짬뽕’ 지적에 대해 “부동산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전 의원의 ‘청약 가점’ 공약 표절 비판에 대해선 “정책 그룹에 있는 분들이 청년 제대자 수십 명을 인터뷰해서 만든 결과”라며 “다른 후보들도 제 공약들을 갖다 쓰려면 쓰시라. 여기는 특허권이 없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주택청약통장을 직접 만들어봤느냐는 물음에 “집이 없어서 만들어보진 못했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곧바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자신의 주요 공약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윤 전 총장은 야권의 유력 주자 중 하나로 뒤늦게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그만큼 향후 5년간 국정을 책임질 자질과 역량, 수권 비전을 갖췄는지를 보다 철저하게 검증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잇단 말실수에 이어 공약 표절 시비까지 불거지는 것은 우려스럽다. 앞으로 남은 토론회에 치밀하게 비전과 공약을 가다듬고 나오지 않으면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회의가 커질 것이다.

야당 후보들은 현 정권의 문제점이 뭔지를 정확히 꿰뚫고 차별화된 해법을 내놓는 경쟁에 전력을 기울여도 시간이 부족할 때다. 1차 토론회 때는 ‘보수 궤멸’ 네 탓 공방만 벌이더니 이번엔 듣도 보도 못한 공약 표절 공방으로 티격태격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 또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박근혜 탄핵 사태를 두고 ‘배신자’ 공방을 이어갔다. 하태경 의원은 홍 의원을 향해 “조국과 썸 타고 있는 게 또 있더라”며 또 조국 프레임을 엮는 데 주력했다. 이런 수준의 도토리 키 재기, 우물 안 개구리 싸움으로 일관하며 정권교체는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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