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와 거리 두기, 선택 아닌 병행해야[동아광장/최재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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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상 정상화는 시기상조라지만
코로나 사망률 유행성 독감에 근접해
병상 부족 속 의료진도 한계에 다다라
이분법적 대응보단 단계적 전환 필요

최재욱 객원논설위원·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최재욱 객원논설위원·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집단면역을 달성하더라도 코로나19의 종식이나 바이러스 박멸은 불가능하게 됐다. 코로나19 종식 목표가 아니라 일상의 정상화를 위한 보편적 국민 예방접종으로 목표와 전략을 수정해야만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뿐만 아니라 국내외 대부분의 의학 전문가들도 더 이상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집단면역 달성을 언급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역시 델타 변이발 4차 대유행으로 집단면역 달성과 ‘3T(Test·검사-Trace·추적-Treat·치료)’ 기반 K방역 주도 패러다임은 실효성을 상실해 무력화됐다. 방역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한 연유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수도권 4단계 거리 두기의 연장이 필요하며 ‘위드 코로나’ 정책 검토는 9, 10월이나 돼야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기존 방역 정책을 유지하되 ‘위드 코로나’를 전제로 하는 방역 정책의 전환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확진자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백신 접종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진 국가에서조차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재유행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 변화 양상은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집단면역을 달성하였다고 알려진 영국, 이스라엘과 싱가포르의 경우 최근의 재유행 확산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은 증가하지 않았다. 올해 3월 1일부터 최근까지 코로나19 누적 사망률은 영국 0.38%, 이스라엘 0.57%, 싱가포르 0.23%를 유지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델타 변이에 대한 감염 예방에는 효과적이지 않더라도 위중증 예방과 사망률 저하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보편적 코로나19 백신 접종 성과를 달성한 국가들은 낮은 사망률 유지라는 효과적인 방패를 갖고 있다. 이들 나라가 확진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거리 두기 완화와 일상의 정상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7월 들어 매일 확진자가 2000명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확진자 수 증가 대비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총 누적 사망률은 0.93%지만 올해 3월 이후 7월까지 월간 코로나19 사망률은 3월 0.95%, 4월 0.51%, 5월 0.71%, 6월 0.35%, 7월 0.18%로 낮아져 유행성 독감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방역 당국과 일부 의학 전문가는 거리 두기를 완화하면 방역망과 의료체계의 둑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위중증 환자의 증가와 치료 시설의 부족에 대한 걱정이다. 중대본은 20일 기준 전국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821개를 확보하고 있으며 그중 277개(33.7%)가 비어 있다고 밝혔지만 대전(14개)과 충남(18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유 병상이 없는 상황이다. 이보다 시급한 것은 현재 남아 있는 중환자 병상 수도 의사와 간호사 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실제 사용하기 어려운 허수에 그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의사, 간호사 그리고 의료기관 모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필자 역시 최근까지 11월 집단면역 달성 전에는 ‘위드 코로나’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거리 두기 실효성 약화, 민생경제 피해의 심각화 그리고 ‘위드 코로나’ 정책 마련을 지금부터 준비해도 시간적으로도 부족한 상황 등의 이유로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거리 두기 강화 혹은 ‘위드 코로나’ 전환 등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안 된다. 이분법적 선택이 아니라 거리 두기 유지 보완과 ‘위드 코로나’ 정책의 병행을 시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거리 두기 출구전략과 ‘위드 코로나’ 세부 정책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특히 위중증 환자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기관 재정지원 강화와 사망률 저하에 총력을 두고 방역과 의료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덧붙여 더 이상 반복적인 확진자 수치 발표, 극히 일부의 거리 두기 ‘일탈’을 보도하는 것 같은 ‘겁주기’ 혹은 ‘비난’ 같은 대국민 소통은 지양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인플루엔자 유행성 독감을 모니터링하고 매년 백신 접종과 필요한 공중보건학적 조치를 시행하는 등 독감을 성공적으로 관리해 왔다. 인플루엔자 유행성 독감과 같이 사망률 관리가 가능하면 일상의 정상화는 당연하다. 사망률과 위중증 예방 및 관리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과학적 근거다.



최재욱 객원논설위원·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위드 코로나#거리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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