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은우]선진국 편입

이은우 논설위원 입력 2021-07-05 03:00수정 2021-07-0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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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2일(현지 시간)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이 기구는 개도국의 산업화와 무역을 지원하는 곳인데, 1964년 설립 이래 한국이 선진국으로 변신한 첫 사례다. 한국은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불리는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을 선진경제권으로 분류한다. 반가운 일인데 고개를 갸웃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정말 선진국 맞나’라는 의문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받자 외신들이 영화 속에 비친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 영화는 한국을 불평등이 가장 심한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시아판으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각종 지표로 볼 때 비교적 불평등하지 않은데도 한국인이 한국을 ‘헬(Hell·지옥)’로 느끼는 것은 노인 청년 여성의 불평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불평등이 객관적 선진국과 체감 선진국의 차이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이다. 집값 폭등으로 청년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이 남녀평등이나 어린이 삶의 질에서 하위권이라는 국제 통계도 있다. 이런 통계들은 한 가지 질문으로 귀착된다. ‘우리는 행복한가’라는 반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2018∼2020년 국가행복지수에서 조사 대상 149개국 가운데 62위였다. OECD 37개국 중에서는 35위에 그쳤다.

▷경제 지표로 보는 선진국 분류와 달리, 주관적인 행복이나 삶의 질을 비교하긴 쉽지 않다.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지만 외국인이 볼 때 놀라운 한국의 장점도 많다. 외국인들은 저녁에도 공원에 갈 수 있는 치안과 싸고 편리한 대중교통에 감탄한다. 한국인의 양심도 신기한 모양이다. 지갑이나 가방을 일부러 흘리는 실험에서 대부분 돌려주는 한국인의 모습이 해외 언론에 소개되기도 한다. 좋지 않은 통계만 보고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라고 스스로 낮출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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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원래 경제 발전 단계를 나타내는 개념이지만 경제 규모가 크거나 1인당 소득이 높다고 모두 선진국은 아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나 오일 머니로 부를 축적한 중동 국가들은 선진국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가 발전해 사회 각 분야가 국민 삶의 질을 높일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한국인은 온 국민의 피와 땀으로 최빈국을 경제 선진국으로 만든 역사를 갖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이 선진국이란 사실을 국민들이 일상에서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유엔무역개발회의#한국 지위#선진국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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