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1주택 장기보유자들에게 ‘날벼락’[수요논점/허진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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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개편안 손봐야

허진석 논설위원
허진석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과 함께 양도소득세 개편안도 당론으로 확정했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기준선을 현행 실거래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는 반면, 양도차익이 5억 원을 넘기면 금액이 커질수록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10년 실거주할 경우 최대 80%까지 받던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최대 50%로 낮춰지는 식이다. 이에 따라 집값이 12억 원이 넘으면서 시세차익이 5억 원 이상인 1주택자는 양도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개편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해 바로 시행된다면 1주택자에게 주어지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2009년 도입 이후 12년 만에 축소되는 것이다.》

장기보유자, 기존보다 세금 늘어

비과세 혜택 기준선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12억 원까지 높아진 것은 양도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2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는 기존에는 실거래가 9억 원 이하일 때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았지만 여당 개편안이 시행된다면 12억 원 이하까지 적용된다.

하지만 실거래 가격이 12억 원을 넘는 1주택자는 양도차익이 5억 원이 넘을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줄기 때문에 세금을 더 낼 수 있다. 개편안 이전과 이후로 나눠 세금을 모의 계산해보니 장기 보유한 1주택자가 이전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문제가 실제로 나타났다.

실거주·보유기간이 3년 5개월인 서울 양천구 목동3단지 아파트의 경우 세금(사례1)은 1870만 원가량 준 반면 비슷한 규모의 목동2단지 아파트(사례2)는 보유기간이 9년을 넘기면서 양도차익이 10억 원을 넘기자 세금이 2600만 원가량 늘었다. 비과세 기준선이 올라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보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효과가 더 큰 영향을 끼쳐서다.

반포미도1차 아파트(사례3, 4)는 취득가액과 양도차익이 비슷한데도 5년가량 보유한 1주택자의 세금은 줄었는데, 10년 이상 장기 보유한 1주택자의 세금은 오히려 늘어난다. 서초구 롯데캐슬 클래식 아파트(사례5)와 강남구 은마아파트(사례6)를 비교한 모의 계산에서도 은마아파트 보유자는 양도차액이 더 적고, 보유기간은 더 긴데도 롯데캐슬 1주택자와 달리 내야 하는 세금이 늘게 된다.



수십년 거주, 은퇴자에 직격탄

여당의 개편안이 시행되면 오래전 집값이 지금보다 싸던 시절에 서울 강남이나 목동, 여의도 등에서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구입해 20∼30년간 살다가 은퇴한 사람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보유기간이 길어 양도차익은 클 수밖에 없는데 공제혜택이 이전보다 줄어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자들 사이에서 “정부가 시키는 대로 집 한 채 사서 평생 살아 온 1주택자에게 세금 폭탄을 때리는 게 공정한가”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전보다 늘어날 양도세 부담 때문에 집을 내놓기를 꺼려 도심 인기 지역에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마땅한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이사를 하려면 취득세와 부동산 복비도 부담스럽기 마련인데, 양도세까지 이전보다 늘면 이주를 포기할 공산이 크다.

이번 정책으로 9억∼12억 원에 있던 집값이 12억 원으로 오르는 ‘키 맞추기’ 부작용도 우려된다. 실거래가 12억 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이 있기에 그보다 조금 낮은 가격대의 주택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취지 어긋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부동산을 오래 보유할수록 양도차익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 주는 제도다. 단기적 투기가 아닌 건전한 부동산 투자와 소유를 유도하겠다는 취지가 있다. 또 부동산을 오래 보유하면 물가상승에 의한 가격 상승분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춰줘야 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1가구 1주택을 장기 보유하는 경우 80%에 이르는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는 것은 1가구 1주택이 국민 주거 안정에 필수적인 요건이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존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더라도 양도세가 높은 나라에 속한다”며 “1주택을 오래 보유한 사람의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 그들은 비슷한 환경의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은 아직 국회 심의 과정이 남아 있다. 국회에서 논의할 때는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개선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도입한지 12년만에 축소

양도세 감면 혜택은 현 정부 들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다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없애는 것을 시작으로 1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는 조건도 점점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2017년 8·2대책을 통해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안에 있는 주택을 양도하면 양도세를 중과함과 동시에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이때 1주택자가 양도세 비과세 혜택(양도가 9억 원 이하)을 받으려면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조건이 생겼다. 물론 조정대상지역 주택이 아니거나 8월 2일 이전에 취득했다면 2년 이상 거주할 필요는 없었다.

이듬해 9·13대책에서는 1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받으려면 규제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2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것으로 조건이 강화됐다. 2017년 8월 2일 이전 취득 주택이더라도 9·13대책에 따라 2020년 1월 1일 이후 양도할 경우에는 2년 이상 거주해야 최대 80%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2019년에 나온 12·16대책에서는 1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80%)로 받으려면 사실상 그 집에 10년 이상 살아야 한다는 취지의 조건이 붙었다. 공제율을 보유기간(연 4% 공제)과 거주기간(연 4% 공제)으로 구분해 적용키로 한 것이다. 즉 실거주하며 보유해야 연 8% 공제를 받고 2년 이상 실거주 후 보유만 하면 보유기간에는 연 4% 공제만 된다. 만약 거주기간이 2년 미만이면 일반 장기보유특별공제(연 2%)가 적용돼 최대 30%(15년 이상 보유)까지밖에 공제를 받지 못한다. 올해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는 그래도 10년 이상 실거주하려는 1주택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어 최대 80%의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당의 개편안은 이 혜택마저 없앴다. 아무리 오래 실거주를 했더라도 양도차익이 5억 원 이상이면 공제율이 10∼30%포인트 더 낮아져 세금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80% 공제 혜택이 축소되는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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