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창덕]“워너비 스타트업!” 벤처의 길 배우는 기업들

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입력 2021-06-04 03:00수정 2021-06-0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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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기업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연사는 누구일까.

저명한 경영학자나 경제학자를 찾는 수요는 여전히 많다. 네임밸류가 가져다주는 신뢰감을 쉽게 대체할 수 없어서다. 은퇴 후 강연 활동을 하는 전직 최고경영자(CEO)는 당연히 두 팔 벌려 환영이다. 큰 판의 전쟁을 치러내며 축적한 무용담은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니까.

최근 2, 3년을 기준으로 보면 이들을 빼놓고 기업 교육시장을 논하긴 힘들다. 바로 스타트업 대표들이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 서정훈 지그재그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등을 강단에 세우려는 대기업들이 줄을 서 있다. 넘쳐나는 강연 요청을 소화하지 못해 외부 활동 중단을 선언한 이가 있을 정도다.

2010년대 중반까지 1, 2세대 벤처창업가들을 대하던 시각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정주 NXC 대표이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등은 그 자체로 스타였다.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혁명을 타고 혜성처럼 등장한, 선망의 대상이자 탐구의 대상이었다. 기업보다는 사람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다만 “스타트업이니까”란 꼬리표를 애써 붙였다. “크루즈선(대기업)이 모터보트(스타트업)와 어떻게 같나”란 선 긋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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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떨까. 스타트업 대표 개인의 성장 스토리는 관심사가 아니다. 그 대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된 기발한 비즈니스 모델, 대담한 사업 확장, 효율적 조직문화 등에 주목한다. 비즈니스판에서 산전수전 겪은 전문경영인은 물론이고 임직원 수만 명을 이끄는 대기업 총수도 귀를 세운다.

스타트업들이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과정, 의사결정의 속도와 방식은 대기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파격적이다. 수십 년간 ‘혁신’을 외치면서도 근본적인 틀을 깨는 데 실패한 기업들에 스타트업은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회사 전체를 한번에 바꿀 수 없다면 작은 조직부터라도 스타트업 성공 방식을 이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한 글로벌 경영 환경은 기업의 ‘변화 시계’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과감한 도전을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된 것이다. 가볍고 빠른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적잖은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을 열었다. 실리콘밸리식 스타트업 문화를 인사 및 조직 관리에 접목시키겠다는 선언이었다. ‘스타트업 삼성’이라는 새 슬로건은 당시 재계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 불과 5년이 지났는데 이젠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앞다퉈 청바지 차림의 청년들을 연단에 세우는 시대가 됐다.

스타트업의 또 다른 이름인 벤처(venture)는 모험을 뜻하는 어드벤처(adventure)에 어원을 두고 있다. 자금이 뒷받침되면 모험의 성공 확률은 더 높아진다. 남극점 정복이, 에베레스트 정복이 그랬다. 벤처 웨이를 접목한 대기업들의 신선한 일탈이 그래서 더 기대된다.

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drake007@donga.com



#스타트업#벤치마킹#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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