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성하고 다짐한 지 얼마 됐다고 ‘도로 친문당’ ‘도로 한국당’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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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이후 높았던 여야의 쇄신 열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어가고 있다. 요즘 더불어민주당에선 정책기조 전환의 목소리가 사그라들고 있다. 여당이 선거 과정에서 다급하게 내놨던 부동산정책 변화 공약은 없던 일이 돼가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에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둘러싸고 내홍이 재연될 조짐이다.

반성과 쇄신의 다짐이 불과 보름여 만에 빛이 바랜 것은 무엇보다 여야 모두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내부 기득권 강경세력의 반발과 그에 대한 구애 경쟁이 커진 때문이다. 당의 리더가 되려는 이들마저 새로운 비전을 내놓기보다는 강경파의 목소리에 편승하고 있다.

당장 민주당에선 선거 참패 후 잠시 숨죽였던 친문 강경파가 변화 기류에 반기를 들면서 부동산정책 전환부터 제동이 걸리고 있다. 특히 친문 당권파의 원내대표 당선을 계기로 각종 개혁의 ‘완수’를 외치는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 소속 의원들은 잇달아 종부세 완화 반대 의견을 내놓고, 당 대표 후보들도 말을 주워 담거나 신중론을 내세워 사실상 반대로 돌아섰다. 그러니 민심을 살피겠다며 구성한 부동산특별위원회조차 과연 제 역할을 하겠느냐는 얘기들이 벌써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전직 대통령 사면 논의를 계기로 친박계를 중심으로 탄핵 부당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전직 대통령 사면은 국격(國格)과 국민통합 차원의 논의여야 한다. 그런데도 법치를 부정하는 탄핵 불복 사면론은 이미 국민의힘이 분명하게 선을 그은 강경보수의 늪에 또다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논의마저 기득권 지키기 차원의 흡수통합론이 고개를 들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러다간 혁신도 통합도 없던 일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친문 강경파에 휘둘리다 불과 20일 전 참패한 민주당이고, 어렵사리 강경보수와 거리를 두며 연패의 굴레에서 겨우 한 차례 벗어난 국민의힘이다. 두 당이 또다시 당내 기득권 세력의 목소리에 흔들려 쇄신의 다짐을 저버린다면 기다리는 것은 민심의 준엄한 심판뿐이다.
#반성#다짐#도로 친문당#도로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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