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크’ ‘철책’ 이어 ‘오리발 귀순’에도 뚫린 부대

동아일보 입력 2021-02-18 00:00수정 2021-02-18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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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성 한 명이 그제 새벽 우리 군 감시망을 뚫고 헤엄쳐 월남했다. 그는 잠수복과 오리발을 이용해 강원 고성군으로 넘어왔고, 해안 철책 아래 훼손된 배수로를 통해 내륙으로 들어와 7번 국도를 따라 걸어 내려왔다. 그러나 일반전초(GOP)에서 약 5km 떨어진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후에야 우리 병력이 투입됐다. 신병을 확보한 건 검문소에서 포착한 이후에도 3시간 흐른 뒤였다.

이는 북한과 맞닿은 최전방에서조차 제대로 된 경계 근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남성의 해안 월남 과정은 군 감시 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됐으나 현장 출동 조치가 없었다. 뒤늦게 ‘국도 활보’까지 이뤄지자 허겁지겁 병력이 투입됐고, 수색 끝에 낙엽을 덮고 자고 있던 남성을 찾았다고 한다. 해당 부대는 2012년 북한 군 병사의 ‘노크 귀순’, 지난해 11월 북한 남성의 ‘철책 귀순’이 발생한 곳인데 또 뚫렸다. 이쯤 되자 군 감시망이 “양말 구멍보다 자주 뚫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군은 감시망이 뚫릴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한편으로는 과학화경계시스템 강화에 세금을 붓고 있지만 이번처럼 감시 장비로 포착하고도 제때 대응 못 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지난해 7월 인천 강화도에서 탈북민이 해안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이후 군은 전반적인 접경 지역 배수로 점검을 약속했는데 그 후속 조치가 제대로 진행됐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지난해 ‘철책 귀순’ 사건 당시 “경계 실패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던 서욱 국방장관은 어제 국회에선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2019년 북한 목선의 삼척항 ‘대기 귀순’ 사건으로 전임 정경두 장관이 사과한 데 이어 1년 8개월 만에 국방장관이 경계 실패로 사과한 것이다. 철책 귀순 당시 서 장관이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철저하게 대비를 했더라면 군의 경계태세가 속수무책으로 구멍이 뚫리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다. 경계에는 방심이 가장 큰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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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철책#오리발 귀순#부대#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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