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대책 시급한 저출산[동아광장/최종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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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인구감소 대한민국 존립 위기
국방 복지 경제성장 전방위 ‘빨간불’
아동수당 늘리고 주택 우선 지원
가능한 직접지원책 모두 검토해야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지난해 역사상 처음으로 주민등록인구가 2만 명 감소했다. 그동안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추세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1995년 이후 초(超)저출산율(1.3명 이하)을 25년째 유지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세계 최저인 0.8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고령 국가인 일본의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이 28%다. 그런데 이 추세대로라면 2050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어느 국가도 경험해 보지 못한, 노인 인구의 비율이 40%인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급속한 저출산 추세는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 우선 생산인구 감소와 소비 부진으로 경제성장률은 정체되어 국내총생산(GDP)은 축소될 것이다. 세수는 감소하는 데 비해 고령화로 복지비는 급격히 증가해 국가부채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고령화 수준이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1990년대, 일본의 국가 부채비율은 60%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250%로 급증했다.

2017년 예측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고갈 시점은 더 앞당겨질 것이다. 국민연금이 바닥나면 현재 9%인 보험료율이 26%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 그런데 국민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한 개혁안은 3년째 정부와 국회가 서로 미루고 있다. 국방도 문제다. 이미 남아 출생아가 15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향후 모병제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인구 감소 문제는 이토록 심각한데 그동안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수많은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구체적 수단들이 미흡해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재정 지원이다. 정부는 저출산대책비로 2019년 40조 원을 투입했다고 하는데 국제기준으로 저출산대책으로 간주하는 아동수당 등 직접 지원비는 그중 60%에 불과하다. 나머지 40%는 간접지원 비용으로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건설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기준 우리나라 저출산대책비는 2019년 GDP의 1.5%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경우 프랑스(출산율 1.8명)는 3.7%, 영국(출산율 1.7명)은 3.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출산율 1.6명)는 2.4%를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재정 지원은 턱없이 적은데 간접 지원비용까지 포함하여 재정 지원 금액을 과장하는 셈이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 지나치다 할 정도로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기준 저출산 지원 재정 지출을 현재 GDP의 1.5%에서 3%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예컨대 현재 7세 미만 아동에게 매달 10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18세까지 월 50만 원 지급하는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소득 하위 70% 가구 자녀에게 지급할 경우 연간 20조∼30조 원이 소요된다. 2021년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이 19조 원이고 10년 후에는 34조 원이 된다. 고령화로 연금과 의료비가 급증할 경우 늘어날 재정부담에 비하면 아동수당을 늘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보육시설 지원을 강화해 보육이 더 이상 불만 요인이 안 되도록 해야 한다. 주택문제가 결혼·출산의 큰 걸림돌이다. 과거 정부는 가족계획 사업으로 정관수술을 권장하며 수술 시 아파트 분양권을 주기도 했다. 이제는 자녀가 있는 부부에게 아파트 분양권을 최우선으로 주어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관련 조직도 강화해야 한다. 근로자뿐만 아니라 고급인력 유치에도 노력하고 외국인이 쉽게 정착할 수 있는 사회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기획재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은 모든 부처와 관련이 있고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재정, 산업, 교육, 국방 등 국가 사회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국가 존립에 가장 중요한 과제를 현재 보건복지부에 맡기고 있는 것은 정부의 무관심을 드러낸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우리보다 훨씬 높지만(1.4명)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문제만을 전담하는 ‘1억 총활약 담당상’이라는 장관직을 신설했다.

일부에서는 “출산 장려는 백약이 무효”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는 약을 제대로 쓰지도 않으면서 병이 낫기를 기대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대한민국호 침몰 방지보다 더 중요한 이슈가 어디에 있는가.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저출산#고령화#인구감소#소비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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