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코로나 부추기는 ‘안티 마스크’ 의사들[광화문에서/김윤종]

김윤종 파리특파원 입력 2020-10-23 03:00수정 2020-10-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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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파리특파원
17일 오후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 15구에 있는 한 병원을 방문했다. 올겨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계절성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이 걱정돼서다.

진료실에 들어가는 순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의사부터 눈에 띄었다. 이 의사는 밀폐된 좁은 진료실에서 딱 붙어 주사를 놨다. 주의사항을 말할 때는 침방울도 튀었다. ‘이건 아니다’란 생각에 “마스크 착용은 의무 아니냐. 환자를 위해 써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의사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대꾸했다.

“마스크를 쓰면 안전할 것 같습니까? 다 소용없어요. 정부가 세뇌시키고 있는 겁니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자 이 의사는 “코로나는 이제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당신은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놀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도 아닌, 병원에서 만난 의사의 이런 주장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는 코로나19 예방에 필수다. 프랑스 정부 역시 7월부터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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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프랑스에서는 ‘안티 마스크’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당 산하 장조레스 재단은 지난달 학자들과 함께 안티 마스크 지지 1000여 명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 중 90%는 코로나19가 위험하지 않음에도 정부가 거대 제약사에 이익을 주는 한편 국민들을 공포에 빠뜨려 통치를 쉽게 하려 한다고 답했다. 94%는 백신이 개발돼도 접종하지 않겠다고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당수의 ‘안티 마스크’ 지지자들은 방역을 귀찮게 여기는 청소년이나 20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평균연령은 50세이고 교육 수준도 높은 편이어서 36%는 경영,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마스크 거부’ 운동을 페이스북에서 전개한 의사 이브 앙게레 씨가 대표적 예다.

기자는 이날 병원에 다녀온 뒤 오후 9시 이후에 취재용 이동허가증을 지참하고 샹젤리제 등 번화가를 돌아봤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도시에서 17일부터 야간통금(오후 9시∼다음 날 오전 6시)이 실시됐다. 그러나 통금시간에도 거리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보였다. 2010년부터 ‘공공장소 얼굴은폐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탓에 ‘마스크를 쓰면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법률 전문가들이 검증 결과 마스크는 얼굴 전체를 가리지 않아 해당 법 대상이 아니었다.

17일은 프랑스에서 신규 확진자가 3만2427명이나 발생해 역대 최다였던 날이었다. 중환자실 입원 환자도 2000명을 넘어섰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보건 비상사태를 내년 2월까지로 연장하고 통금령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안티 마스크 운동이 벌어졌던 독일 영국 스페인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마스크조차 ‘쓰기 싫다’며 안티 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이제는 이동제한, 모임이 금지되는 3월 전면 봉쇄 시기를 다시 겪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요즘 주변 프랑스인들에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한국 속담을 자주 소개한다. ‘가래’로라도 막으면 다행일 정도로 2차 확산이 거세지고 있다. 전염병 문제를 넘어 객관적 사실보다는 ‘믿고 싶은 것을 믿는’ 행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돌아보게 한다.

김윤종 파리특파원 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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