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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우리 모두의 관심이 아이들을 살린다[광화문에서/신수정]

입력 2020-10-07 03:00업데이트 2020-10-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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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디지털뉴스팀 차장
#1. 지난해 9월 인천에 사는 5세 A 군은 계부(26)에게 20시간 넘게 온몸을 맞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2018년 7월 계부의 학대로 보육원에 입소해 1년간 지내다 올해 7월 아동 보호명령이 끝나 집으로 온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계부는 심리치료 및 부모교육도 중단했다. 계부가 있는 집으로 A 군이 다시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나 예상 가능했지만 A 군을 구조해준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2. 올해 5월 경남 창녕에 사는 9세 B 양은 4층 집 베란다에 갇혀 있다 난간을 통해 옆집 베란다로 이동한 후 탈출했다. 멍든 얼굴에 맨발로 다니는 왜소한 체구의 여자아이를 40대 C 씨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B 양 또래의 두 자녀를 둔 엄마인 C 씨는 배고프다는 B 양을 편의점으로 데려가 우선 먹였다. 불안해하는 아이를 달랜 후 그녀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서에 신고했다. 한 어른의 관심으로 B 양은 친모와 계부의 학대가 지속된 지옥을 벗어나 과거 2년간 같이 살았던 위탁부모와 함께 살 수 있게 됐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아이들의 신호에 응답하라’는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8월 말 내놓은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아동학대로 사망에 이른 아동은 42명이나 된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 4만1389건 중 75.6%(2만2700건)가 부모에 의한 학대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이들은 있는 힘을 다해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멍이 든 채로 동네를 다니고, 뼈가 부러져 병원에도 간다. 때리는 소리와 우는 소리가 들리고, 학교나 보육기관에도 오지 않는다. 부모 훈육이겠지, 남의 집 일이잖아, 신고까지 해야 하나 등의 이유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동안 많은 아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동학대는 이전보다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37개국 11∼17세 어린이 8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3월 이전까지 평균 8%에 머물던 전체 아동 중 학대신고 비율은 3∼8월 평균 17%로 급증했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제도를 보완하고 정책을 개선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아동학대 발견 비율은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아동 1000명당 학대 피해아동 발견율은 3.8%에 불과하다. 미국과 호주의 9%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예방하려면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하는 학대 전담 공무원을 전국 단위로 배치하고, 학대조사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주변 이웃 어른들의 세심한 관찰과 적극적인 신고도 필요하다.

“이 사건에서 우리 사회는 피해 아동이 스스로 세탁실 창문을 넘어 배관을 타고 탈출하기까지 아무런 도움이나 관심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 대해 우리는 뼈아픈 반성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11세 자녀를 학대한 친부와 계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면서 담당 판사가 한 말이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의 구조 신호에 관심을 가지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신수정 디지털뉴스팀 차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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