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7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요즘 외교가는 물론이고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가장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4년이 워낙 시끄럽다 보니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를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 은근히 녹아 있다. 실제로 바이든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면서 민주당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4년 전 학습효과를 거론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를 이길 것이라는, 더 정확히는 이겨야 한다는 미국 진보 성향의 주류 언론을 믿다가 정반대의 결과를 받아봤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정확한 판세는 어떤 것일까. 미국 정치를 오래 관찰한 전문가들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민심의 이면을 살펴볼 것을 권한다. 각종 조사에서 바이든이 오차범위 안팎에서 트럼프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반(反)트럼프 성향이 강한 미 기성 언론이 잘 전하지 않는 대목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 필자가 최근 조사를 분석해본 결과 ‘바이든 낙관론’은 아직 성급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코노미스트가 유고브에 의뢰해 16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성인 1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4%포인트)를 보면 ‘지금 대선이 치러지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50%, 트럼프 40%였다. 10%포인트 차이. 그런데 질문을 ‘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느냐’로 바꾸면 바이든 39%, 트럼프 40%로 오차범위 내지만 결론이 뒤집힌다. 지지율과 당선 가능성에 대한 여론이 다른 것이다. 당선 가능성에 대한 여론을 더 구체적으로 보면 바이든 캠프가 식은땀을 흘릴 만하다. 남성 응답자는 45%가 트럼프를, 37%가 바이든을 택했다.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여성층에서도 트럼프가 36%, 바이든은 41%였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최대 관건 중 하나로 적극 지지층들의 투표 참여를 꼽는 데 큰 이견은 없다. 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서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투표장에 나오느냐는 것. 이와 관련해 최근 선거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특정 후보에 대한 열정 지수(enthusiasm score)’라는 독특한 지표를 볼 필요가 있다. 미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12일부터 15일까지 미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표본오차 ±3.5%포인트)의 지지율 추이는 바이든 54%, 트럼프 44%로 여타 조사와 비슷하다. 하지만 ‘열정 지수’를 놓고서는 두 후보의 희비가 엇갈린다. 바이든 지지자 중 ‘바이든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느냐’고 물었더니 절반이 안 되는 48%가 ‘매우 열정적’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지지자는 65%가 ‘트럼프를 매우 열정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최근 미 대선 투표율이 하락세인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의 결집력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미 대선 투표율은 2016년에 56.9%로 2008년(62.2%), 2012년(58.6%)에 이어 계속 하향 추세. 바이든이 당선되려면 흑인, 히스패닉들이 투표장에 나와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방역 능력이 취약한 이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참여할지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흔히 주고받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말이 이번만큼 유효한 선거도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권은 물론이고 재계도 끝까지 상황을 지켜보는 전략적 마인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