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낙관론, 아직은 성급하다[오늘과 내일/이승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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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지지층의 결집력 약한 바이든
흥분하지 말고 투표율 끝까지 지켜봐야

이승헌 정치부장
이승헌 정치부장
“정말 바이든이 트럼프를 이길까?”

미국 대선이 7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요즘 외교가는 물론이고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가장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4년이 워낙 시끄럽다 보니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를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 은근히 녹아 있다. 실제로 바이든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면서 민주당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4년 전 학습효과를 거론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를 이길 것이라는, 더 정확히는 이겨야 한다는 미국 진보 성향의 주류 언론을 믿다가 정반대의 결과를 받아봤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정확한 판세는 어떤 것일까. 미국 정치를 오래 관찰한 전문가들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민심의 이면을 살펴볼 것을 권한다. 각종 조사에서 바이든이 오차범위 안팎에서 트럼프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반(反)트럼프 성향이 강한 미 기성 언론이 잘 전하지 않는 대목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 필자가 최근 조사를 분석해본 결과 ‘바이든 낙관론’은 아직 성급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코노미스트가 유고브에 의뢰해 16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성인 1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4%포인트)를 보면 ‘지금 대선이 치러지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50%, 트럼프 40%였다. 10%포인트 차이. 그런데 질문을 ‘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느냐’로 바꾸면 바이든 39%, 트럼프 40%로 오차범위 내지만 결론이 뒤집힌다. 지지율과 당선 가능성에 대한 여론이 다른 것이다. 당선 가능성에 대한 여론을 더 구체적으로 보면 바이든 캠프가 식은땀을 흘릴 만하다. 남성 응답자는 45%가 트럼프를, 37%가 바이든을 택했다.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여성층에서도 트럼프가 36%, 바이든은 41%였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최대 관건 중 하나로 적극 지지층들의 투표 참여를 꼽는 데 큰 이견은 없다. 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서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투표장에 나오느냐는 것. 이와 관련해 최근 선거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특정 후보에 대한 열정 지수(enthusiasm score)’라는 독특한 지표를 볼 필요가 있다. 미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12일부터 15일까지 미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표본오차 ±3.5%포인트)의 지지율 추이는 바이든 54%, 트럼프 44%로 여타 조사와 비슷하다. 하지만 ‘열정 지수’를 놓고서는 두 후보의 희비가 엇갈린다. 바이든 지지자 중 ‘바이든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느냐’고 물었더니 절반이 안 되는 48%가 ‘매우 열정적’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지지자는 65%가 ‘트럼프를 매우 열정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최근 미 대선 투표율이 하락세인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의 결집력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미 대선 투표율은 2016년에 56.9%로 2008년(62.2%), 2012년(58.6%)에 이어 계속 하향 추세. 바이든이 당선되려면 흑인, 히스패닉들이 투표장에 나와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방역 능력이 취약한 이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참여할지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흔히 주고받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말이 이번만큼 유효한 선거도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권은 물론이고 재계도 끝까지 상황을 지켜보는 전략적 마인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승헌 정치부장 ddr@donga.com
#바이든 낙관론#2020 미국 대선#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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