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는 ‘K5’, 이게 과연 정상인가[오늘과 내일/이승헌]

이승헌 정치부장 입력 2020-08-11 03:00수정 2020-08-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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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장관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5년 장수설
다른 장관들도 생존전략 따라 배울까 두렵다
이승헌 정치부장
이 정도면 무풍지대라 할 만하다.

부동산 정책 후폭풍으로 청와대 수석들에 이어 일부 부처 장관들의 인사설이 나돌고 있지만 몇몇 장관은 굳건하다. 이 중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거의 요지부동이다. 후임 하마평조차 들리지 않는다. 같은 외교안보 라인인 통일부 장관은 이미 이인영 의원으로 바뀌었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후임이 검증에서 날아갔다는 말까지 들린다. 이러다 박근혜 정부의 ‘오병세’(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년 가까이 재직했다는 의미)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선 ‘K5’(강 장관이 5년 채운다는 의미)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말이 외교가에서 파다하다. ‘5년 강경화’라는 뜻에서 5G라는 표현도 나돈다.

강 장관이 2017년 6월부터 3년 2개월째 장악하고 있는 외교부는 어느덧 ‘강경화의 외교부’로 바뀌고 있다. 강 장관과 거리가 있는 사람이 외교부 주요 보직을 맡았다는 말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외교부 장관이 오래 버텨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국무장관은 대개 대통령과 4년 임기를 함께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8년 렉스 틸러슨을 1년 만에 바꿨지만 후임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년 4개월째 현직에 있다.

임기 초만 해도 “얼마나 버틸까”란 말을 들었던 강 장관이 어떻게 K5라는 말까지 듣게 된 것일까. 일각에선 강 장관의 국제적 감각을 평가한다. 한 여권 핵심 인사의 전언. “국제무대에 가보면 다들 먼 산 보고 있는데, 강 장관은 물 만난 고기처럼 세련되게 대통령을 보좌한다. 외국 공기가 더 편한 것 같다.” 또 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는 “폼페이오랑 통역 없이 영어로 말하는 걸 들어본 사람이라면 강경화 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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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필자는 이런 게 K5라는 표현이 나오는 본질적인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외교부 장관으로서 그 무게에 맞는 역할이 오랫동안 주어지지 않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없는 상황이 장기화돼 이젠 다들 익숙해진 게 아닐까 싶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요구 수준에 맞게 일하는 정치적 무색무취함이 역설적으로 강 장관의 롱런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구상의 핵심인 북핵 이슈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이 주도해 왔다. 외교부, 통일부는 지원 부서에 가까웠다. 미사일 지침 개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이슈도 안보실이 주도했다. 한일 강제징용 이슈는 이낙연 의원이 총리 시절 동분서주했고, 막판에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까지 나섰다. 다 외교부 몫인 일들이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외교부가 지금처럼 일하다가는 큰코다치는 환경이 다가온다.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북-미 관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같은 동맹 이슈를 진짜 마음대로 하려고 할지 모른다. 조 바이든이 당선되면 4년 만에 ‘국무부의 시대’가 부활할 것이라고들 한다. 트럼프가 일부 백악관 참모와 주물러 온 외교 이슈를 전문가 집단인 국무부가 다시 가져가 지난 4년을 재평가하게 될 텐데 그 상대는 외교부다. 여기에 강제징용 이슈는 일본제철이 한국 법원의 자산압류명령에 즉시 항고 의사를 밝히면서 다시 한일 양국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는 삐끗하면 미중 양국을 한꺼번에 건드릴 수 있는 사안이다. 환경이 이런데도 강 장관의 외교부는 별 변화가 없고 K5라는 말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건 정상이 아닌 것이다.

이승헌 정치부장 ddr@donga.com
#k5#강경화 외교부 장관#외교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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