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관계 최소 선의마저 짓밟은 北의 연락사무소 폭파 만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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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군사적 도발에 나섰다. 정부는 어제 “북한이 오후 2시 50분에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고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협박한 지 사흘 만이다. 소통과 협력을 호소한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제안을 일축하면서 물리적 도발 실행 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연락사무소는 판문점선언 합의에 따라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불리며 2018년 9월 문을 열었다. 사무소 건립과 개·보수에 178억 원, 운영비까지 포함해 총 338억 원이 들었는데 전액 우리 정부가 지출했다. 사무소 폭파는 북한이 남북 정상 간 합의 파기는 물론이고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 자산과 정부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다. 테러집단의 만행과 다를 바 없다. 재작년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9·19남북군사합의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든 셈이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어제 비무장지역에 병력을 투입하고 삐라(대남전단)를 살포하겠다며 대남 위협의 강도를 더 높였다. 북한군 투입 지역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역,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로 예상된다. 남북협력사업을 위해 후방으로 이전했던 군부대가 재배치되면 남북 간 군사적 대치가 불가피하다.

북한이 파상적인 대남도발에 나선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의 지원마저 끊기자 자해 수준의 도발로 미국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을 문제 삼았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다. 핵무기는 포기하지 않은 채 미국과의 협상으로 제재 완화 등 보상을 얻으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먼저 성의 있는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만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모래시계의 마지막 한 줌 모래마저 빠져나가듯 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지 않으면 정권의 안위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절박감에 중재자를 자처했던 우리 정부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처한 총체적 난국의 유일한 탈출구는 비핵화 이행이지만 이를 외면하니 도발 이외엔 의지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이제라도 비핵화에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인다면 남한은 물론이고 미국도 언제든 손을 내밀 것이다. 무력도발의 끝은 더더욱 극심한 고립과 자멸로 이어질 체제 위기뿐임을 김정은은 명심해야 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군사적 도발#판문점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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