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도병식 공천은 그만… 나도 준비없이 공천받아선 안 됐다”[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20-05-05 03:00수정 2020-05-05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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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 문재인 후보 대항마였던 손수조 씨
손수조 전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은 “당은 사람을 키우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청년들도 훈련 과정을 거쳐 출마한다면 더 많은 청년 정치인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7세에 19대 총선에 출마한 그는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대항마가 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19,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지금은 정치를 떠나 서울에서 외식 사업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진구 논설위원
《우리도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같은 청년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사람을 길러내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정당들은 선거철마다 화제가 되는 청년을 빌려오는 데만 급급하고, 낙선하면 버린다. 그리고 이런 지적은 잘 안 하지만… 나이 외에는 자신이 기성 정치인과 뭐가 다른지 답을 못 하는 청년 정치인도 많다. 27세에 19대 총선에 출마했던 손수조 전 새누리당 부산 사상 당협위원장(35)은 “청년을 길러내는 당 시스템과 이번이 아닌 다음을 준비하는 청년이 결합되지 않으면 요원한 일”이라며 “나도 그렇게 공천을 받아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21대 총선에는 왜 안 나왔나.

“19대 때 떨어지고 4년 동안 20대 총선을 준비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나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자꾸 적만 더 생기더라. 그렇게 선거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면서 정치와는 좀 멀어졌다. 2015년 결혼해 애 둘 낳고, 지금은 작은 돼지고기 외식업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솔직히 당시 너무 어렸던 것 아닌가.

“말이 좋아 청년이라고 하는 거지… 어리다는 건, 손수조가 해서는 안 된다고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유였다.” (상대 당에서 공격했나.) “아니, 내부에서. 원외당협위원장이 상대당과 싸우는 일은 1도 없다. 당내 경쟁자들이 끌어내리기 위해 ‘어려서 싸가지 없다, 버릇없다’는 식으로 말을 퍼뜨린다. 행사장에서 ‘어이, 과자나 먹어’ 하면서 툭 던지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렇게 당협위원장을 하면서 진이 다 빠졌다.” (청년을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왜?) “젊으니까 저거 되면 아주 오래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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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관리는 기성 정치인도 힘든데….

“남들은 왜 관리를 잘하지 못했냐고 하지만… 지역구에 동이 12개인데 동마다 남성 여성 청년회장을 둔다. 사람 구하기도 어렵지만 간신히 구해서 서로 얼싸안고 좋아하면, 며칠 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경쟁자들 쪽에서 데려가더라. 경쟁자도 똑같이 동마다 조직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직을 못 만들게 훼방을 한 거지.” (돈은 어떻게? 다른 직업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알바는 안 했고… 사무실 경비와 조직 관리 등으로 한 달에 800만 원 정도 들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앞서 말한 동 조직 외에도 산악회, 여성위원회, 청년위원회 등 각종 조직을 만드는 데 돈이 꽤 든다.” (왜?) “그냥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활동비를 줘야지. 조직이 탄탄하다는 말은 결국 이 사람들에게 어디까지, 얼마나 줄 수 있느냐는 말이다. 나처럼 없으면 금방 와해되는 거고…. 이런 말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엄마 카드로 돌려 막다가 결국 못 막은 일이 있었다. 너무 힘드니까 엄마가 내 앞에서 울더라. 그런데 기가 막힌 게, 그 앞에서 나는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면서 ‘엄마, 우리 버텨야 해’라고 했다. 너무 어이없지 않나? 명색이 청년 정치인이라면서…. 몇 년 하면서 나도 괴물이 된 거다.” (갚았나.) “지금 꼬박꼬박 갚고 있다. 원외도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청년도 별수 없다.”

―불리한 점도 있지만 정치인에게 젊다는 건 큰 무기 아닌가.

“젊음이 공중전이나 대중적 이미지로는 장점인데, 사람 만나고 뛰는 바닥 지상전에서는 불리한 점도 많다. ‘어린 게 뭘 알겠어?’ 이거지. 솔직히 내가 어리기는 했지만 어디에 뭘 입고 가야 할지 모를 나이는 아니지 않나. 그런데 어디 가면 왜 청바지 입고 왔냐고 하고, 하도 그래서 정장을 입으면 왜 애늙은이처럼 하고 왔냐고 한다. 하하하.” (어쩌라고?)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지만 그래도 국회의원 후보면 나름 정치인인데… 한번은 아예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를 하고 행사에 갔더니, 어르신들이 ‘아이고야∼ 인자 좀 어른 같네∼’ 하시더라.”

―청년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전문성이나 경륜보다 젊은이다운 정의감과 패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20대 총선이 막장공천으로 지탄을 받는데도 당신은 가만히 있었다.

“…못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점이고. 변명 같지만 그때는 후보로 뛰고 있어서 막장공천을 비판하기보다 당면한 내 현실 문제가 더 급했던 것 같다. 솔직하게 내 선거에만 매몰돼 있다 보니 그런 모습이 안 보였고, 어떻게 중심을 잡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못 했다.” (공천을 못 받을까 걱정해서는 아닌가.)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가만히 있었을까 싶지만 그때는 그런 비판을 내가 해야 한다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19대 총선에서 ‘3000만 원으로 선거 뽀개기’가 청년다운 신선한 발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나중에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선거에 몇 억씩 들인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내가 3000만 원은 준비할 수 있으니까 여기에 후원금을 포함한 돈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후원금은 정상적인 돈이니까. 그런데 웬일인지 후원금 얘기는 빠지고 3000만 원만 부각됐다.” (왜 바로잡지 않았나.) “그래야 했는데… 회의에서 ‘선거는 그렇게 가야 한다. 진짜 3000만 원으로 해내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그냥 ‘좋아요’ 해버렸다. 내 처음 의도와는 달랐지만… 대중이 열광하는 걸 보니 호응하고 싶었다.” (그게 기성 정치인과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청년의 자세는 아닌 것 같은데….) “나중에는 아무리 쪼개고 쪼개도 안 되더라. 3000만 원을 고집했다가는 벽보도 컬러로 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많이 넘지는 않았다. 거짓말 논란이 한창일 때 너무 힘들었는데 지원 유세 온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차 뒤로 조용히 데려가더니 ‘지킬 수 있는 공약만 하세요’라고 하더라.”

※ 그는 19대 총선 선거운동 시작 일주일 전 블로그를 통해 예비후보 기간에 비용을 거의 사용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으며, 기탁금 1500만 원도 당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선거비용은 3442만 원으로 당시 경쟁했던 문재인 후보는 1억7782만 원을 신고했다. 3000만 원은 아니지만 극단적으로 줄인 것은 사실이다.

―20대 때는 왜 안 했나. 꼭 3000만 원이 아니더라도 고비용 선거는 우리 정치의 고질병 중 하나인데….

“살고 싶었던 거지. 그때는 쓸 만큼 썼다. 유급 자원봉사자도 다 썼고….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나중에 정말 후회했다. 19대 때 정신을 끝까지 유지했어야 했는데…. 선거에 나가면 정신도 없고, 철학을 끝까지 지켜나가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주변에서 그런 지적을 해준 선배도 없었고….”

―‘박근혜 키즈’로 불렸는데 도움은 좀 받았나.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지지자 환호에 답하는 손수조 후보(왼쪽)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당시 박 비대위원장은 선거 운동 시작되고 지원 유세 왔을 때 본 게 처음이었다. 선거 끝나고 준석이(이준석 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가 박 비대위원장은 도리어 나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하더라. ‘지역 분들이 이해하시겠어요…’라고.” (줄도 없었다면서 어떻게 입문한 건가.) “원래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몰랐다. 그런데 19대 총선을 몇 달 앞두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내 고향인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때 그냥 번쩍하면서 선거에서 어떤 역할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출마를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다른 방법도 모르고 해서 그냥 예비후보 등록하고 띠 메고 뛰었다.” (잘 안 믿기는데….) “진짜 무데뽀였다. 그리고 당시 이상돈 당비대위 정치개혁·공천분과위원장에게 매일 메일을 보냈다. 예비후보 등록은 했지만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한두 번 보내면 되지 왜 매일?) “계속 ‘안 읽음’으로 돼있으니까. 내 이메일이 아래 있으면 안 볼 것 같아서 가장 맨 위에 있게 하려고 오전 6시, 7시, 9시 등 시간을 달리해서 계속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읽음’으로 표시되는데… 감전된 것 같았다. ” (효과가 있었나.)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부산의 김세연 의원, 서병수 의원에게서 사무실로 와보라는 연락이 왔다.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 등 이런저런 걸 묻더라. 조동성 비대위 인재영입위원장에게서도 연락이 와서 심층면접을 봤다. 공천심사 전, 예비후보였을 때였다.”

―직접 겪어봤는데, 청년 정치인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안 그래도 관련해서 10월쯤 책을 내려고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열정 봉사 식이 아니라 자리와 권한, 월급을 주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에 부대변인, 여의도연구원 부소장, 청년최고위원 같은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그런 과정을 순차적으로 밟으며 훈련된 친구들을 만들어야 한다. 일회성 흥행 불쏘시개로 쓰는 학도병 공천은 그만해야 한다.” (그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나. 청년도 솔직히 바로 공천받고 의원 되고 싶은 거 아닌가.) “바로 되는 건… 올바르지 않다. 사실 나도 그렇게 공천을 받아서는 안 됐다. 지금부터 준비해서 다음 선거에서 한번 해보자, 이렇게 했어야 했다.” (정치에서 ‘다음번’이 있나? 이번에도 미래통합당 서울 영등포갑은 청년 당협위원장이 바닥을 닦아 놨더니 기성 정치인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뺏어갔다.) “그래서 사람이 안 키워진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면 누가 미리 준비하고 바닥을 닦겠나.”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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