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2곳만 혜택 본 조례[현장에서/이형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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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의회.
광주 서구의회.
이형주 사회부 광주주재기자
이형주 사회부 광주주재기자
“여기(광주 상무지구)는 유흥음식점이 버젓이 존재하고, 저 사람들이 세금을 내고 있는 데다 일반음식점도 (춤을 출 수 있게) 해버리라고 조례를 만들게 되면 천부당만부당하다.”

2016년 6월 20일 열린 광주 서구의회 사회도시위원회에서 A 의원이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A 의원은 유흥주점 개설이 금지된 지역도 아닌데, 왜 조례까지 만들어 춤을 허용해야 하느냐고 비난했다. 반면 제정안을 주도한 B 의원은 “(관련 조례가 없어서 일부 영세업자는) 범법자로 전락하고 있다. 영업권에 제한을 받고 폐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조례는 반대 여론이 만만찮아서 의회에서도 한 달 동안 격론이 오갔고 같은 해 7월 11일 가까스로 제정됐다. B 의원 등은 7080 라이브 카페 등 영세 사업장 50여 곳을 위해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수혜는 엉뚱하게 감성주점 2곳만 받았다. 이 가운데 하나가 27일 불법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사상자 27명이 발생한 C클럽이다.

조례가 만들어진 이유는 뭘까. 발단은 2016년 3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57조 식품접객업영업자 등의 준수사항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시행규칙은 일반음식점 객석에서 춤을 출 수 없지만 조례를 고쳐 안전기준 등을 만들면 예외로 인정해줬다. 서울 홍익대 주변 감성주점이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하다 적발돼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자 이런 조치가 나왔다. 홍대 일대는 교육시설과 가까워 술을 마시며 춤을 출 수 있는 단란·유흥주점이 허가를 받지 못한다.

광주 서구 관계자들도 조례를 제정할 때 이미 조례를 만든 다른 3개 자치단체와 홍대 등을 둘러봤다. 그러고 나서 서구에는 관련 조례가 적합하지 않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C클럽이 들어선 상무지구는 홍대 일대와 달리 유흥주점이 들어설 수 있다. 서구 보건소장 등은 “C클럽과 7080 라이브 카페 1곳이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았다. 조례 제정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조례 제정 이후 영세한 7080 라이브 카페들은 관련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서구 보건위생과 한 관계자는 “조례대로 안전시설물을 개선하려면 수천만 원을 써야 한다. 영세업자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C클럽은 조례가 제정되기 전인 2016년 1월 식품을 팔지 않아 업종 위반으로 과징금 1590만 원을 부과받았다. 같은 해 3월 손님들이 실내에서 춤을 춰 영업정지 1개월, 같은 해 6월에는 과징금 6360만 원을 부과받았다. 관련 조례를 만들지 않았다면 C클럽은 문을 닫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시 조례 제정에 찬성한 의원들은 29일 “일부에서 제기하는 비리 의혹은 가당치 않다. 영세업자들을 살리려고 조례를 제정했는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사고가 터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은 조례와 관련해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조례 제정 제안서와 회의록 등을 확보해 사실 확인에 나섰다.
 
이형주 사회부 광주주재기자 peneye09@donga.com
#유흥음식점#일반음식점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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