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긍정의 힘 보여준 정현, “난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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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22·세계랭킹 58위)의 거침없는 도전이 잠시 멈췄다. 어제 세계 4대 테니스대회 호주오픈 남자단식 준결승전 ‘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2위)와의 경기에서 정현은 사흘 전 8강에서 생긴 발바닥 물집이 악화돼 2세트 도중 기권했다.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한국 테니스 선수가 메이저 대회 4강에 오른 것 자체가 위대한 기록이고 도전이었다. 정현이 한국 테니스 역사를 한 발 한 발 새로 써가는 동안 우리는 벅찬 가슴으로 그 여정을 함께했다. 정현이 있어 국민은 잠시 고단한 일상을 잊을 수 있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기권하는 바람에 아쉽다”면서도 “지난 2주 동안 정말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더 뛰어난 플레이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긍정의 힘이 오늘의 정현을 키웠을 것이다. 정현이 테니스를 시작하게 된 것은 고도 근시, 약시 때문이었다. 테니스 코트가 시력에 좋다는 초록색이어서였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도 교정시력은 0.6밖에 되지 않는다. 경기 중 흘러내리는 땀을 닦기 위해 안경을 수백 번 벗었다 썼다 해야 했다. 정현에게 테니스란 불리한 여건, 신체적 핸디캡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정현의 스트로크가 그 누구의 것보다 강하고, 위력적이며, 감동적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페더러는 어제 경기 직후 “앞으로 분명히 ‘톱10’ 안에 들게 될 것”이라며 “나도 부상을 입고 뛴 적이 있지만 멈춰야 할 순간이 있다는 걸 잘 안다”고 진심으로 격려했다. 패자도, 승자도 품격과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현은 아무리 어려워도 꿈을 가진 사람은 결코 좌절할 수 없다는 희망,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용기와 패기를 갖춘 청년의 반란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현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청년들은 희망을 찾아간다. 젊음은 지칠 줄 모르기에 싱그럽다. 도전은 아름답다. 멈추지 않기에….
#정현#호주오픈 남자단식#테니스#로저 페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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