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의 ‘한미 FTA 폐기’ 압박, 이 판에 동맹 흔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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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이번 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문제를 참모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가 결렬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압박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을 한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개정키로 하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한국과의 무역전쟁을 예고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말에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를 재협상하거나 파기할 것이라고 압박한 만큼 이번 발언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군사적으로는 한국과 협력하더라도 경제적 이익을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돈 문제에 있어 끈질기게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며 결코 양보하지 않는 것이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이라고 해도 북한이라는 최악의 적을 눈앞에 두고 동맹을 흔드는 것이 우방이 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미 FTA 폐기는 미국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행정부의 결정만으로 협정이 바로 폐기되지는 않는다. 벤 새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을 ‘제로섬’ 게임으로 여기는 18세기식 관점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상반기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32% 감소한 만큼 한미 FTA가 미국 무역적자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존재는 뿌리가 깊어서 어느 한 대통령의 임기만에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지금 양국의 경제단체가 한미 FTA의 성과를 알리기 위해 코러스 워크스(KORUS Works)라는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한 것은 민간 중심 협력관계가 그만큼 탄탄하다는 뜻이다. 다음 달 10일에는 미 워싱턴에서 민간 차원의 경제협력체인 한미재계회의가 열린다. 한미 재계의 공론이 트럼프의 무리수에 제동을 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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