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원, 세월호 선장에 첫 살인죄 적용해 경종 울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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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세월호 참사의 핵심 책임자인 이준석 선장에 대해 살인죄를 인정해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승객들이 익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했음에도 내버려 둔 채 먼저 퇴선한 것은 선장의 역할을 의식적이고 전면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번 판결은 대형 인명사고 때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 처벌한 첫 사례다.

1970년 기상 악화로 침몰해 326명이 숨진 남영호 사고 때도 선장이 살인죄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과실치사죄만 인정했다. 법원은 “선장이 죽음을 무릅쓰고 사고를 예견하면서까지 과적 운항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경우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을 해놓고서 이 선장이 몰래 퇴선한 뒤 아무런 구조조치를 하지 않은 결과 304명이 숨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선장과 1등 항해사, 2등 항해사, 기관장이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세월호 승무원 중 대법원은 이 선장에 대해서만 살인죄를 인정했다. 선장이 승객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지속적으로 구조조치를 취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지휘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관 3명은 직무를 포기한 선장을 대신해 구조지휘를 하지 않은 1, 2등 항해사도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그동안 대법원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적용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마땅히 해야 할 구조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승객들을 물에 빠뜨려 익사하게 만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법관 전원이 “이 선장의 부작위는 실제 살인과 동등한 법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진 사람들에게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는 경종을 울린 셈이다.
#세월호#살인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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