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 대통령 무서워 ‘靑 문건 국회’ 못 여는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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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제 “우리는 지금 대선 승리 당시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제18대 대통령 당선 직후 “국민통합을 이루고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국민통합도, 국민행복도 국회가 제도적으로 받쳐주지 못하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윤회 문건’ 파문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이 거부하자 새정치연합은 17일부터 상임위 보이콧에 나섰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부동산 3법을 비롯한 경제활성화 법안의 통과는 불가능해진다. 야당의 국회 보이콧은 청산돼야 할 구태지만 새누리당이 “문건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성숙한 자세”라며 운영위를 거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국정 현안에 대한 정치적 공세는 사라져야 한다”는 반대 이유를 내세우나 “국회에서 대통령을 공격하도록 판을 깔아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솔직하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서 국회로 끌어들일 수 없다면 새누리당은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운영위를 여는 것으로 타협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득표수(1577만3128표) 사상 최다, 51.6%의 첫 과반 대통령이 된 것이 후보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새누리당이라는 보수 정당을 보고 투표한 국민이 적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성패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공동 책임이다.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꼬리를 자임하면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수직적인 주종(主從)관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함께 민심을 잃는 길이다.

김무성 대표는 올해 7월 “여당이 청와대 눈치만 봐서는 안 된다”는 명분으로 대의원들의 표심을 얻어 당권을 잡았다. 그러던 그가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과 관련된 발언을 했다가 청와대로부터 말 펀치를 맞은 이후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는 말을 극력 피하는 듯하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원내대표에 뽑힌 직후에는 “건강한 당정청 긴장 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현재 차기 국무총리 후보 1순위로 거론된다. 이 때문에 떨어지는 가랑잎도 피해가려 한다면 총리 자격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결기 없는 사람이 국무총리가 된다면 책임총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이 실체 없는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무성 이완구 두 사람이 박 대통령을 믿는다면 당당하게 운영위를 열면 된다. 새누리당이 운영위를 거부하면 할수록 국민도 대통령을 못 믿게 되고, 정 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 비서관의 위세가 세긴 센 모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새누리당#문건#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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