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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고개 숙인 대한항공 오너 父女, 재벌家들의 무거운 책임

입력 2014-12-13 03:00업데이트 2014-1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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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땅콩 리턴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어제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직접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부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

조 전 부사장은 5일 미국 뉴욕발(發) 대한항공 1등석에서 견과류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승무원과 사무장을 질책하고 이륙 준비 중인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250여 명의 승객이 탄 비행기를 돌려세워 사무장을 내리게 한 행위는 명백히 잘못된 행동이다.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인격 모독적인 말과 행동을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건이 공개된 뒤 대한항공은 오너의 맏딸인 조 전 부사장을 의식해 사건을 축소하고 변명으로 일관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어렵게 기업을 일으킨 재벌 1세대나 부친의 어려움을 지켜본 2세대와 달리 3, 4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고생을 모르고 성장했다. 겸손하고 예의 바른 사람도 있지만 그릇된 선민(選民)의식에서 비뚤어진 처신을 하는 이도 적지 않다. 오너 경영인들이 아무리 잘못된 행동을 해도 기업 내에서 직언을 못하는 한국적 기업 문화의 병폐도 다시 드러났다. 이번 사건으로 조 전 부사장 개인은 물론이고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전체가 큰 타격을 받았다. 국내외에서 대한항공의 이미지도 실추됐고 임직원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조현아 파문’이 반(反)기업 정서를 한층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작지 않다.

이번 사건은 모바일판 사내(社內)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의 대한항공 게시판에 ‘내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과거 같으면 묻히고 말았을 오너 일가(一家)의 횡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바로 공개되는 세상이다. 재계 총수들은 자녀들이 특권의식을 갖지 않도록 가르치고 경영 능력과 인간적 품성에 따라 옥석(玉石)을 가려 경영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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