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광주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에 나선 경찰의 순찰차가 어린이집 승합차를 들이받아 어린이 등 11명이 다쳤다. 세월호 사고로 음주 자제령이 내려지고 공직 기강이 강조되는 시기에 경찰관이 근무시간 중 음주운전 사고를 낸 것이다. 이 차는 비행기 탑승 시간이 촉박한 중국인 관광객 2명을 순찰차에 태우고 공항으로 가던 길이었다. 사고 당시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에 해당되는 0.053%였다. 그는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것 같다”고 진술했다. 전날 집에서 부인과 함께 소주 2병을 나눠 마셨다지만 10시간 넘게 지난 뒤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가 그렇게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해장술에 취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광주 동부경찰서는 음주 사실을 감추는 데 급급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6명의 경찰관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거나 사고를 냈다. 이들은 해임이나 파면 등의 중징계 조치를 당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이 이와 관련해 “경찰관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최고 수준의 징계를 받게 하겠다”고 말한 바로 그날 사고를 냈다. 경찰청장의 발언이 무색하게 됐다. 경찰은 경찰관의 음주운전을 적발해도 ‘같은 식구’라며 봐주곤 한다.
공직자들 가운데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골프를 치다 적발되거나 외유를 떠난 사례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공직사회에 대해 “주인의식과 열정, 그리고 사명감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 지시가 일선 현장에 제대로 전달됐다면 순찰차가 어린이집의 승합차를 보호하기는커녕 거꾸로 들이받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대대적인 개혁과 인적 쇄신을 예고했지만 이래서야 대민(對民) 현장에서 대통령의 영이 선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