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유언비어 옮기는 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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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 시체 빼라고 (미국이) 잠수함 보내줬고요. 하여튼 솔직히 9500억 벌었으니까, …한번 갔다 와라 해가지고 그냥, 한국 왔다는데, 두 대 왔대, 잠수함. 왔는데 걔네는 구조할 일이 없으니까 놀고 있는 거야. 오바마는 우리나라에 오려고 했던 게 아니고… 정말 ‘딜’(협상)을 잘 못하는 것 같아. 우리나라, 바보 같은 게.” 반미(反美)가 기조에 깔린 짜깁기 유언비어다. 경기 성남시의 한 고등학교 기간제 생물 교사(29·여)가 지난달 18, 22일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이 발언은 한 학생이 녹음해 시민단체에 보내면서 알려졌다. 해당 교사는 국회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안을 통과시킨 것을 빗대 미국이 9500억 원을 받은 대가로 세월호 사고 수습에 잠수함을 2대 보내놓고선 할 일 없어 놀고 있다고 했다. “일단 수업(진도)을 나가시죠”라고 교사를 제지한 것은 학생이었다니 교실이 거꾸로 된 것이다. 그 학생은 “진도를 나가자고 해도 시간이 많다며 계속해 너무 화가 났다. 꼭 처벌해 달라”고 부탁했다.

▷학생은 “선생님이 ‘국가정보원이 이미 (세월호에서) 시체를 다 찾아놓고 시간이 지나면서 찾은 것처럼 구라(거짓말)를 치려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해당 교사가 “그렇게 일하기 싫으면 정부를 없애든지 짜증나” “어선들은 그 배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 게 7시에서 7시 반 사이라거든. 근데 왜 그 시간은 안 보여주지?” “진짜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어, 언론도 통제당하고 있고”라고 주장한 내용도 녹음 파일에 들어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돌아다니는 말을 교사가 사실인 양 얘기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이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 것은 본말전도(本末顚倒)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에게 나라에 대한 증오를 증폭시키는 것은 악질적인 선동 행위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교단에 설 수 있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SNS에 떠다니는 말들을 옮긴 여교사에게 제동을 건 것은 학생의 스마트폰이었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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