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윤종빈]국가개조, 어떻게 할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3일 03시 00분


검은 유착 중독된 관료사회… 셀프개혁 기대는 순진한 발상
해외전문가 공직 수혈 등 혁명적-획기적 발상 전환… 중장기 실행 로드맵 만들어야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대통령 인사-통치스타일 변화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론’이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 대한 사과와 함께 국가재난의 원인과 해법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관피아’의 완전한 추방, 관료사회의 적폐 해결, 공직사회의 소수 인맥 독과점과 유착의 개혁을 국가개조의 큰 그림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그 이후 수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국가개조 이슈를 확대·재생산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구체적이고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전체가 국가개조론 블랙홀에 빠져들어 마치 이른 시일 내에 달성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문제의 핵심 파악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처방은 찾아보기 어렵다.

과연 현 대통령의 임기 내에 국가개조가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에 대해 어느 누구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시된 국가개조를 위한 사회적 과제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관피아’로 드러난 관료사회의 개혁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점이다. 다음으로 국가안전처의 신설을 중심으로 한 정부조직의 개편이다. 또한 전관예우를 위한 재취업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과제들이 남은 3년 반의 임기 내에 실현 가능할지, 언젠가 실현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국가개조를 의미하는 것인지 확신을 갖기 어렵다.

개조의 최우선 대상인 안전행정부는 외부 채용을 확대하고 순환보직을 축소하는 개편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관료에 의한 관료개혁, 소위 ‘셀프 개혁’은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전·현직 관료들이 지난 수십 년간 유관기관, 유관업계, 협회 등과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이러한 기득권을 스스로 하루아침에 뿌리 뽑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즉, 관료들의 주도로 ‘관피아’ 개혁의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도 순진하고 안이한 생각이다. 해외 전문가의 공직 수혈과 같은 혁명적이고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 없이는 국가개조는 물론 관료개혁조차도 힘들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행정고시 제도의 폐지, 외부 전문가의 공직 임용, 순환보직 축소 등의 제도적 개혁 방안은 이미 오랜 논쟁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장단점이 공존한다. 이러한 개혁들이 개방성의 확대를 가져오지만 반드시 전문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험할 가치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땜질식 단기 처방보다는 큰 틀에서의 중장기적 과제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은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 향후 10년 이상의 구체적인 실행 로드 맵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개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대통령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집권과 함께 관료와 검사, 그리고 법관 출신을 중용해 왔다. 이들이 원칙과 법치를 중시하는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잘 이해할 수 있지만 창의성과 자율성보다는 위계질서를 중시한다는 단점이 있다.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이해하면서 유연한 사고와 전문성을 가진 개혁파 소장 정치인을 중용하는 것은 어떨까. 또한 국가개조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변화가 요구된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그대로인데 관료개혁만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청와대부터 수평적 의사결정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정부 부처의 개혁이 가능하다. 더불어 대통령 주변에 직언을 할 수 있는 참모가 있어야 폐쇄적인 관료문화가 쇄신될 것이다.

대통령과 관료가 변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국회가 적극적으로 관련 법안을 개정하지 않는 한, 대통령의 국가개조 노력은 헛수고로 끝날 것이다. 국가재난에 대한 국회의 역할은 단순히 책임소재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여야의 새로운 원내대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큰 이유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관료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비판하는 국민의 노력이 필요하다. 관료의 속성을 알면서도 방치한 책임은 정부는 물론 국민에게도 있다. 세월호 참사에 국민 모두가 아파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월호 참사#국가개조#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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