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밑 빠진 독’ 공무원연금, 집권 후반기에 개혁 가능한가

  • 동아일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최근 5년간 세금 14조 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통계청 추계인구 기준으로 국민 1명이 5년간 퇴직 공무원과 군인에게 28만 원씩 갖다 준 꼴이다. 특히 공무원 수가 늘고 고령화로 수급기간도 길어지면서 2001년 599억 원이던 공무원연금 적자는 2013년 1조8953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2조 원 적자 돌파에 이어 내년 3조 원, 2018년 4조 원, 2020년에는 8조 원이 더 필요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군인연금은 국가안보에 목숨을 거는 군의 노후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지만 ‘낸 돈보다 훨씬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에 공감할 국민은 많지 않다. 현재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이 84만 원, 공무원연금이 219만 원이다. 내는 돈이 다르다 해도 국민연금은 낸 돈의 평균 1.7배, 공무원연금은 2.5배를 돌려받아 형평성에 어긋난다. 공무원은 퇴직금이 없고 연금에 월급을 보전하는 성격이 있다고는 하나 이것도 옛말이다. 요즘 공무원 급여는 대기업의 90%에 육박한다. 정년이 보장되는 데다 연금까지 많아 관존민비(官尊民卑)라는 원성까지 들린다.

공무원연금은 개혁이 늦을수록 적자가 누적돼 자칫 재정 건전성까지 흔들 우려가 있다. 중앙정부 부채 1117조 원 중 절반이 넘는 596조 원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다. 미래에 받을 연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연금충당부채는 당장 갚아야 할 빚은 아니라 해도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서 ‘재정건전성 강화를 통한 재정정책의 신뢰성 제고’를 강조했다. 밖에서 남의 일처럼 말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부터 실천할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내년에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집권 3년 차만 해도 레임덕 조짐이 나타나는 등 개혁동력이 떨어진다. 당장 연금 개혁에 착수해야 할 이유다.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들이 지지층인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표에 매달려 공무원연금 개혁을 외면해서도 안 될 일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신규 공무원 수급액만 줄이는 ‘무늬만 개혁’에 그친 이유는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의 공무원노조 등 이해관계자에게 휘둘렸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연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