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하지만 과학자들은 태초에 폭발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 폭발은 그야말로 ‘빅뱅’이다. 무(無)에서 특이점 하나가 폭발해 짧은 순간에 엄청나게 팽창한다. 얼마나 빠르게 팽창했느냐 하면 ‘10의 37제곱분의 1초’에 시작해 ‘10의 32제곱분의 1초’ 즈음에 우주는 10의 20제곱에서 30제곱으로 커졌다. 1분이 지나 우주의 지름은 수천 조(兆) km에 이르고 3분이 흘렀을 때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98%가 만들어졌다.
▷1965년 미국 뉴저지 주 벨연구소에서 대형 통신 안테나를 활용할 방법을 찾던 연구원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은 이상한 잡음 때문에 실험을 할 수가 없었다. 난방 파이프에서 나는 것 같은 소음이 어디선지 끊임없이 들려왔다. 이 ‘잡음’이 빅뱅의 흔적인 우주 배경 복사(CMBR·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였다. CMBR가 뭔지도 몰랐던 전파연구원들은 이 발견으로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과학자 앨런 구스에 따르면 빅뱅 후 ‘10의 43제곱분의 1초’에 중력이 출현했다. 만일 중력과 전자기력 등 물리학의 힘이 없었다면 물질 덩어리와 별은 생기지 않았고 우주는 가스와 어둠만이 가득했을 것이다. 빅뱅은 과학자라면 누구나 받아들이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빅뱅이론’으로 불렸다. CMBR가 빅뱅의 잔광(殘光)이자 우주팽창의 흔적으로 알려졌음에도 빅뱅을 입증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가 탐지에 성공한 ‘중력파(gravitational wave)’가 바로 부족한 부분을 연결하는 ‘잃어버린 고리’다. 잔잔한 물에 손가락을 넣으면 물결이 일듯, 초기 우주 팽창에서도 중력파가 일정한 패턴을 그리며 우주의 모양을 만들어 갔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추정했다. 이번에 발견한 것이 바로 ‘B-모드 패턴’이라는 이름의 중력파 패턴이다. 우주 기원의 비밀을 풀 이번 발견을 보며 과학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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