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정복 전 안행부 장관의 부적절한 ‘朴心 과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7일 03시 00분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그제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다는 ‘격려의 말’을 공개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그는 장관직 사의 표명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대통령이 “인천은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여러 어려움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 (시장이) 됐으면 하는 게 (시민의) 바람일 거다. 결단을 했으면 잘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의 발언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면서 검찰에 고발하고, 박 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중립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소추까지 초래한 민감한 사안이다. 노 대통령은 그해 총선을 두 달가량 앞두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우리 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위반의 정도가 탄핵 사유가 될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며 기각했지만, 결정문을 통해 선거중립의무 위반임을 적시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내용과 맥락으로 보면 노 전 대통령 발언처럼 선거법 위반이라 보기는 어렵다. 선관위도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장관직 사의를 표명하는 자리에서 당사자에게 한 발언이고, 내용도 의례적 수준의 의사 표현으로 볼 수 있다”면서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한 유 전 장관의 행위는 별개의 문제다. 그는 선거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공무원의 선거 중립을 감시·감독해야 할 주무 장관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4일 국무회의에서 “(공무원이) 선거 중립을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할 시 절대 용납하지 않고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개인적 덕담이었다 해도 공개할 때는 불필요한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신중했어야 했다.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에게 인정받은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후광(後光) 효과’를 얻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 당내 경쟁 주자들을 주저앉히려는 의도였다면 공정 경선에 어긋난다. 인천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대통령의 인정을 받은 후보라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였다면 더 큰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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