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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허승호]‘민주화’ ‘민영화’ 폄훼하는 진영논리

입력 2014-01-04 03:00업데이트 2014-01-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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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선언이다. 민주(民主)는 글자 그대로 ‘인민이 주권자’라는 의미. 공화국은 ‘모든 사람이 함께 지배하는 국가’라는 뜻으로 거칠게 보면 민주와 동어반복이다. 그렇다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으로 시작되는 우리 헌법의 전문(前文)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뭘까. ‘민주’ ‘자유’ ‘국민’으로 각각 세 번씩 나온다.

▷이처럼 민주는 우리 공동체를 지탱하는 핵심가치다. 하지만 민주화 과정을 경험한 40대 이상의 세대에게 민주의 의미를 이처럼 설명하면 ‘맞긴 하지만 참 무미건조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들에게 민주화는 지상과제였고 시대의 소명이었다. 오랜 비원(悲願)이었으나 숱한 헌신과 희생 끝에 쟁취한 벅찬 성취였다. 간단히 무시되던 국민의 자유와 기본적 인권이 민주화를 통해 비로소 제자리를 되찾았음을 강렬한 공유 체험을 통해 알고 있는 세대다.

▷한 보수 인터넷사이트에서 반대를 표시하는 버튼에 ‘민주화’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기서 민주화는 ‘싫다’ ‘억누르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현실 정치세력으로 기능하고 있는 민주화 세력에 대한 반감(反感)을 이런 식으로 표출한 듯하다. 그러다 인기 걸그룹의 한 멤버가 라디오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소수 의견이라고 무시하거나 억누르지 않는다는 취지를 이렇게 말한 듯했지만 나중에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고 썼다”며 사과했다.

▷최근 한 진보 사이트에서 ‘싫다’는 의미로 ‘민영화’ 버튼을 누르게 한다. 철도노조 파업 후유증으로 민영화라는 용어가 악마화하고 있는 현장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SKT 두산중공업 KT 포스코 KT&G 등을 보면 민영화 폄훼가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이 기업들은 한때 공기업이었으나 민영화를 계기로 초우량 기업이 됐다. 사람은 언어를 통해 생각하며 세상을 파악한다. 다른 쪽에서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모두 배척하는 것은 극단적인 진영논리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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