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교육정책은 큰 차이를 보이지만 대입전형을 간소화하자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했다. 이것은 현행 입시제도가 그만큼 복잡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간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이고 진학지도 교사들도 수천 가지가 넘는 전형요소와 유형에 대해 많은 문제점을 제기해 왔다. 이에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대입전형 간소화’ 문제를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교육정책 포럼을 가진 바 있다.
우리나라의 대입제도는 지금까지 크게는 15차례, 작게는 40여 차례나 개정됐다. 사실 대입전형은 제도적, 사회적 측면에서 국민의 다양한 욕구가 상충되는 분야다. 물론 시대 변화에 따라 모든 제도는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권 교체 시마다 ‘개혁’을 내세운 제도의 변경은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해 왔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오히려 이전의 제도를 바꾸지 않고 보완해 왔다면 지금쯤은 이상적인 제도로 정착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간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입전형 자율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자율화가 완성되면 입시를 대학에 일임하겠다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아직은 그 단계가 아니다. 과도기적으로 2007학년도 이후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성적 위주의 입시를 지양하고 잠재력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초중등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 그리고 수험생의 입시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로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그러면 대입전형제도의 간소화는 어떠한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인가.
우선은 학생 중심의 입시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대입전형이 대학 중심으로 운영된 면이 없지 않다. 대학 측에서 입시의 기본계획을 제시하고 수험생들은 거기에 따르는 방식이다. 최근 정부는 대학별 전형계획의 변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모든 입시요강을 3년 전에 예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입시제도를 자주 바꾸지 않고 수험정보를 사전에 공표하며 예측 가능한 입시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음으로는 전형요소를 간소화하고 지원서 등의 각종 서식은 표준화해야 한다. 현재는 각 대학의 세부적 전형요소가 너무 복잡하고 제출하는 서류도 많다. 그런가 하면 서식도 각양각색이다. 학교생활기록부, 수학능력시험, 논술, 면접, 자기소개서, 각종 추천서, 인성 적성 검사, 체험 봉사활동 확인서, 실기시험, 각종 스펙의 증빙서류 등 수십 종에 이른다. 앞으로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 위주로 전형요소를 단순화하고 모든 서식도 통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에서는 대입전형을 간소화하기 위해 한국형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국가 수준의 독립적인 기관이 지원자와 대학의 중간에서 전형 관리뿐만 아니라 진학지도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대행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수험생은 물론이고 고교나 대학에서 입시지도를 하는 데 편의가 상당히 증진될 것이다. 이 밖에도 전형료의 과중한 부담, 교사의 업무량 증가, 모집시기의 불균형으로 교육과정 운영과 생활지도의 문제점 등 교육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입시가 국민의 최고 관심사항이다. 그러니 전형제도 또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돼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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