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신 교황의 자진 사임… 놀랍고 아름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3일 03시 00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전격적인 사임 발표에 세계가 놀라움에 빠져들었다. 종신 임기가 보장된 교황이 중도에 물러나는 것은 거의 600년 만의 일이다. 그는 “하느님 앞에서 양심을 거듭 성찰해본 결과 고령으로 기력이 떨어져 더는 직무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구촌의 반응은 충격에서 곧바로 감동의 물결로 변했다. 86세 생일을 두 달 앞둔 교황의 진솔함이 가슴을 울린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善終)한 뒤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을 가진 독일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2005년 베네딕토 16세가 되어 즉위했다. 초대 교황 성 베드로부터 따지면 265대 교황이다. 즉위 당시 78세인 데다 뇌중풍 병력도 있어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그동안 교회와 세계를 위해 희망의 메신저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동성애 이혼 등에 반대하는 교황의 ‘보수적 시각’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기독교 신앙이 도전받는 시기에 교회의 전통적 가치를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티칸 은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도입하고 돈세탁과 테러 자금의 유입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1년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우주정거장의 우주인들과 화상 통화를 하고 지난해 12월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면서 급변하는 세상과의 소통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 7년 10개월 동안 막중한 짐을 한순간도 내려놓지 못했던 그는 평소 건강이 나빠지면 사임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얘기해 왔다. 그리고 소신을 행동으로 옮겼다. 영원한 목자의 고뇌 어린 결단이다. 몸과 마음이 쇠약하고 지쳤다는 사실을 두려움 없이 밝힌 용기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교황은 나이로 인한 인간의 한계를 선선히 받아들이고 작별을 고했다. 그의 모습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권력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해 평생 업적을 무너뜨리는 세속인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전범(典範)이다. 베네딕토 16세는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분명히 아는 사람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줬다.
#교황#자진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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