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돈의문 복원 딜레마

  • Array
  • 입력 2012년 1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선의 도읍지 한양은 조선의 개국공신인 삼봉 정도전의 음양오행설에 따라 설계된 계획도시다. 조선 건국의 사상적 기반인 유교이념과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음양오행사상은 한양 성곽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한양 성곽의 출입구인 흥인지문(興仁之門) 돈의문(敦義門) 숭례문(崇禮門)에 각각 인·의·예 글자가 들어 있다. 종을 걸어놓기 위한 누각인 보신각(普信閣)에는 신(信) 자가 포함돼 있다.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에 북문(北門)인 숙정문(肅靖門)을 포함한 것이 사대문(四大門)이다.

▷한양 도성의 서대문(西大門)은 돈의문이다. 정도전이 명명한 돈의문은 글자 그대로 의를 실천하는 데 힘쓴다는 의미다. 1396년(태조 5년) 지금의 사직터널 부근에 축조됐다가 1422년(세종 4년) 종로구 신문로2가 쪽으로 옮겨졌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왜군을 피해 의주로 피란 갈 때 이 문을 이용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711년(숙종 37년) 재건됐지만 일제강점기인 1915년 일제가 전차 복선화를 추진하면서 철거했다.

▷유네스코가 한양 도성을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한 것을 계기로 사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복원되지 않은 돈의문을 복원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잠정 목록에 올라가면 1년 후에는 정식 등재신청 자격이 부여되므로 세계문화유산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산성(山城)과 평성(平城)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서울 성곽은 여러 시대의 축성기술이 혼합돼 있고 600년 도읍지의 역사와 백성의 숨결이 살아있는 공간이다. 한양 도성은 길이 약 18km의 성곽 가운데 현재 12km만이 남아 있다. 멸실된 성곽 대신 돈의문이 복원되면 도성의 완성도가 높아져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커진다는 견해다.

▷이런 희망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돈의문 복원은 쉽지 않다. 돈의문 주변 현존 건물을 허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교통체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현재 서대문 일대 도로는 지하화(地下化)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복원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숭례문 복원이 가능했던 것은 도면과 해체실측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돈의문은 일제강점기 사진 한 장밖에 없다. 어림짐작으로 복원하다가 자칫 국가적 망신만 살 수 있다. 무엇보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을 선정할 때는 건물 외형보다는 그 안의 역사와 스토리를 중시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조선#도읍#한양#서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