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원대의 뇌물비리 검사, 여성 피의자와의 성추문 검사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면서 검찰 내부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평검사들이 모임을 갖고 검찰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어제 서울북부지검 수원지검 대구지검에서 평검사 회의가 열렸고 서울서부지검 등도 28일 회의를 갖는다. 평검사 회의에서 검사들은 한상대 검찰총장이 횡령 혐의로 기소된 SK 최태원 회장의 봐주기 구형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한 총장은 지난주 지검장 고검장들과 잇따라 회의를 열고 중앙수사부 폐지를 포함해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모든 검찰개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이 중수부 폐지를 거론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과거보다 진전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수부 폐지 정도로 난국을 모면해 보겠다는 생각이라면 안이한 태도다.
새누리당은 상설특검제를 제안하고 있다. 검찰이 권력층에 대한 수사를 하고 나면 못 미더워 매번 특별검사가 발동되고 있다. 특검 도입을 둘러싸고 그때그때 국회에서 소모적인 논란을 벌일 바에야 특검을 상설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민주통합당은 상설 특검 대신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검찰 안에서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기능을 빼앗기면 검찰은 2류 기관이 된다는 이유로 공수처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김진태 서울고검장은 얼마 전 고검장회의에서 “검찰권은 국민으로부터 주어진 것이지, 우리 고유 권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수처를 논의 못할 이유가 없다.
검찰의 수사권도 조정돼야 한다. 수사의 주재자로서 검찰의 지위는 존중돼야 하지만 검찰은 직접 수사를 자제하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 수사지휘권만으로도 검찰은 막강한 조직이다. 검찰은 너무 많은 직접 수사를 하고 있다. 권력형 비리라고 해도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의 뇌물비리 사건처럼 경찰이 시작한 수사까지 가로채서는 안 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사건 등 불미스러운 일들이 잇따르면서 ‘검사스럽다’는 조롱 섞인 신조어까지 나왔다. 검찰이 스스로 개혁하는 방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검찰이 마련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과 정치가 나서서 검찰을 개혁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