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造船 세계 1위 현대重의 희망퇴직 모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3시 00분


세계 1위 조선(造船)업체인 현대중공업이 197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2만4000명의 임직원 중 2000여 명이 대상이다. 현대중공업이 본격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향후 경제 전망과 경영환경이 얼마나 불투명한지를 말해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5대 그룹의 주력 기업에서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유럽발(發) 경제위기의 장기화로 교역과 운송량이 줄어들면서 조선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수주 금액은 82억 달러로 올해 목표액인 240억 달러의 34%에 그쳤다. 수주 잔량도 476만 CGT로 역대 최고치였던 2008년 1443만 CGT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정년이 60세로 다른 회사보다 고령인 것도 구조조정을 부른 요인이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대형 기간산업에 드리운 어둠은 넓고 짙다. 그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등급 내렸다. B단계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 대표기업들이 전하는 어두운 소식은 우리 제조업 전반에 대한 적신호다. 사실 중소 조선업체나 철강회사들은 오래전부터 흔들렸다.

그나마 현대중공업이 임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 있는 것은 노사 간에 형성된 신뢰 덕분이다. 현대중공업은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골리앗크레인 농성’으로 상징되는 극심한 분규를 겪고 난 후 노사문화가 환골탈태했다. ‘회사가 살아야 근로자도 산다’는 의식이 체질화했다. 안정된 노사문화를 바탕으로 넉넉하게 쌓인 이익이 후한 조건의 희망퇴직을 가능케 했다.

현대중공업의 희망퇴직 사례는 쌍용자동차나 한진중공업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들은 경영이 어려워져도 인력감축 같은 선제적 대응을 못했다. 벼랑 끝에 몰려서야 구조조정에 나섰고 노조가 극한투쟁으로 맞서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노사 간에 신뢰가 두터워야만 어려운 시기에 합리적 선택이 가능하다. 많은 기업이 힘든 시기를 앞두고 있다. 위기 때 살아남아야 여건이 좋아질 때 다시 도약할 수 있다. 노사가 신뢰를 구축하고 윈윈을 위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조선 업체#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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