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곡동 특검 ‘책임의 공’ 민주당에 넘어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2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이 논란이 많았던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특별검사법’을 수용했다. 이 대통령은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할 경우 국민들 사이에는 뭔가 큰 의혹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수용하기까지 고민이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누가 특검으로 임명되건 진실을 구부릴 수는 없을 것이고, 최종 사법적 결론은 법원에서 내리게 돼 있다.

민주통합당은 내곡동 사저 의혹 사건의 고발인이다. 그런 민주당이 사건을 조사할 특검 후보를 모두 추천한다면 고발인이 수사 검사를 선택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특검법이 공정한 수사를 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헌(違憲)이라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을 이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 법리(法理)와 현실의 충돌이다.

정치권에선 내곡동 사저 특검 수사가 민주당에 정치적 호재(好材)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대선 기간에 이 대통령 가족과 청와대 인사들이 특검 조사를 받는 장면이 집중 조명돼 반MB(이명박) 정서가 확산되면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의도가 노골적으로 두드러지면 민주당에 역풍이 될 수도 있다. 이번 대선에 이 대통령은 출마하지 않는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상대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 대통령과 선을 긋는 차별화 행보를 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 대통령과 박 후보를 묶어 공격한 이른바 ‘이명박근혜’ 전략은 4·11총선 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특검법을 수용함으로써 이제 ‘책임의 공’은 특검 후보 2명을 모두 추천하게 된 민주당에 넘어갔다. 민주당은 다음 주부터 특검 후보 인선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민주당 의원인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중립적 인사, 내곡동 특검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인사를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공정한 수사를 할 능력과 균형감각을 갖춘 특검을 추천해 중립성 시비를 차단한다면 국민의 신뢰감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율사 출신인 문 후보가 특검 추천에 책임감을 갖고 임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사저#내곡동#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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