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출마한다면 누구와 일할 건지도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7일 03시 00분


문재인 의원이 어제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서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대선 출마선언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안 교수는 이번 주에 국민보고회 형식으로 대선출마 관련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이미 연설문 초안 작성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안 교수가 이번 주에 출마선언을 한다고 해도 대통령 선거까지는 불과 90일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안 교수는 1년 전부터 유력 대선후보로 간주됐고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1, 2위를 다퉜으면서도 출마선언을 계속 미루며 국민의 궁금증을 고조시켰다. 막판까지 안개를 피운 전략이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불리하게 작용할지 모르겠지만 대선을 깜깜이 인기투표처럼 만들어 버린 책임이 상당 부분 그에게 있다.

대선은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국정주도 세력을 선택하는 것이다. 안 교수는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세력과 손잡고 국정을 운영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정견(政見)을 같이하는 집단이 정당을 설립하고 국정을 운영할 정책을 제시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다. 정당의 배경이 없는 안 교수는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이라도 발표하는 것이 옳다.

그가 정책 공약집처럼 펴낸 ‘안철수의 생각’에는 ‘세상은 공정해야 하고, 복지와 평화는 중요하며, 모든 정책에는 소통과 합의가 중요하다’는 식의 아름다운 말만 가득하다. 그러나 선거공약도 당선된 뒤 바뀔 수 있다. 대선후보를 정책보다 더 잘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그를 둘러싼 사람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 면면을 보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대체로 드러난다. 안 교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같은 ‘멘토’가 300명은 된다”고 한 적이 있다. 그의 절친한 친구라는 의사 박경철 씨나 개그맨 김제동 씨와 정부를 구성할 게 아니라면 예능 프로그램에서처럼 선(禪)문답을 해선 안 된다. 정치 경험이 없어 허물도 별로 드러나지 않았고, 정당 후보로 선출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며, 가장 늦게 출사표를 던지는 만큼 함께할 사람들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에 부응하는 상식적인 태도다.

정치와 행정 경험을 갖추지 못한 후보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책임은 안 교수 자신에게 있다. 신비주의 전략으로 자신을 감싸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보여줬던 장외(場外) 정치인 때와는 달라져야 한다.
#안철수#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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