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동일]‘전자발찌 거짓말’로 대통령 사과에 재 뿌린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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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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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일 사회부 기자
서동일 사회부 기자
국민은 불안해하는데 경찰의 거짓말은 끝이 없다. 주부 성폭행 살해범 서진환(42)이 살인 13일 전 전자발찌를 찬 채 같은 수법으로 성폭행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이 첫 성폭행 발생 후 전자발찌 착용자 행적조회를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요청만 했어도 13일 후의 주부 살해사건은 막을 수 있었기에 경찰의 직무태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다. 성범죄자의 범행 의도를 미리 차단하고 사후에는 신속히 검거하겠다며 정부가 도입한 게 전자발찌다. 하지만 이 사건에선 전자발찌는 장식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11, 12일 본보 취재팀이 만난 중랑구 주민들은 “서진환이 전자발찌를 찬 채로 두 번이나 성폭행을 저질렀고 경찰은 전자발찌 착용자 행적조회조차 제때 안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주민들은 창문까지 걸어 잠그고 딸 가진 부모들은 해가 지면 안전을 확인하는 전화 하기 바쁘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이제 경찰은 믿지 못한다.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키겠다”며 자율방범대를 만들어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거짓말로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 신경문 서울 중랑경찰서장은 10일 밤 본보 기자에게 “보호관찰소에 전자발찌 착용자의 동선을 요청해도 알려주지 않을 것이 분명해 요청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데 이어 12일에는 상부에 허위보고까지 했다.

신 서장은 12일자 동아일보에 ‘중랑서가 1차 범행이 일어난 지 16일 뒤인 지난달 23일에서야 보호관찰소에 전자발찌 착용자가 범행 현장에 있었는지 질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신 서장은 10일 본보 기자에게 보호관찰소에 요청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12일 서울지방경찰청에 “21일 보호관찰소에 질의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는데 이 내용은 빼놓고 보도했다”고 허위 보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통영과 나주 성폭행사건에 대해 “정부를 대신해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3일에는 김기용 경찰청장이 강력범죄 예방을 위해 방범비상령을 선포했다. 대통령과 경찰청장이 국민에게 사과한 것은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한 탓도 있지만 신뢰를 주지 못한 탓이 크다.

한 범죄자가 연이어 흉악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경찰이 철저히 수사한다는 믿음만 있어도 국민의 불안감이 이렇게 크지는 않을 터다. 경찰은 대통령이나 총수가 또 나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장면을 봐야 거짓말 행진을 멈출 것인가.

서동일 사회부 기자 dong@donga.com
#서진환#전자발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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