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 측이 폭로한 새누리당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사퇴 협박’ 주장은 안 교수 측이 적극 공세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위한 자락 깔기라는 시각이 있다.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발간이 일종의 공약 발표라면 이번 폭로는 ‘준(準)출마 선언’으로 볼 수도 있다. 송호창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 안 교수 측의 기자회견에 동참한 것이나 민주당이 안 교수를 감싸고 대리전을 펴는 것은 민주당과 안 교수 간의 연대가 기정사실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번 사태는 정 전 공보위원의 부적절한 처신에 일차적 잘못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가 안 교수 측의 금태섭 변호사와 대학 동기이고 검찰에서 함께 일한 친구 사이라 하더라도 서로 정치적 처지를 달리하는 진영에 몸담고 있다면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은 삼가는 것이 공인의 자세다. 전화로 안 교수의 뇌물 제공과 여자관계를 언급한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공사(公私)를 구별하지 못한 덜 떨어진 행동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친구간의 개인적 대화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한 것도 적절치 못하다. 새누리당 쪽 사람의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다면 일단 사실 규명을 하고 잘못이 있으면 사과를 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만 안 교수 측이 치밀하게 계산을 하고 이번 사건을 터뜨렸다는 분석도 있다. 안 교수에 대해 제기되는 각종 검증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 교수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시시비비나 의혹 제기마저 음모로 몰아가는 것은 언론의 기능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해 언론의 검증이 혹독할 정도로 이뤄진다. 검증은 사생활부터 국정수행 능력까지 모든 것을 포괄한다. 오히려 안 교수가 공식 출마선언을 하지 않음으로써 검증이 본격화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이 한창 진행 중에 폭로탄을 터뜨리는 것도 “장외의 나를 주목해 달라”는 꼼수로 비칠 소지가 있다. 안 교수에 대한 궁금증의 가짓수도 나날이 늘어난다. 국민이 의문을 갖는 사안이나 안 교수의 말과 행동이 다른 것으로 비치는 일화에 대해 직접 나서 해명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후보에게는 기자가 직접 물을 수 있는데, 안 교수에 대해서는 언제까지 대변인이나 변호사를 통해 시원치 않은 답을 들어야 하는가. 안 교수는 무엇보다도 출마 여부에 대한 의사를 하루라도 빨리 공표해야 한다.